계생이 삼촌의 인생 토크 콘서트
계생이 삼촌의 인생 토크 콘서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5.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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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조천읍 선흘리에 ‘바령’이라는 친환경 감귤농장이 있다. 이곳에서 얼마 전 흥미로운 행사가 진행되었다. 행사 제목은 ‘제주 사람 허계생 북 토크 콘서트’였다. 부언하면 제주 토속민요와 제주어로 펼치는 허계생 삼춘의 삶과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1953년 계사(癸巳)년에 태어났다고 해서 계생이로 불린 한 여인이 성장하며 아내와 며느리가 되고 엄마가 되고 이제는 진정한 자신으로 거듭나는 인생사를 하나의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었던 계생이 삼촌, 그리고 선흘마을에 정착하여 삼춘의 구슬, 인터뷰 내용을 정리·기록하여 책으로 완성한 육지 출신 작가인 이혜영씨가 합작하여 이뤄낸 결과였다.

이혜영 작가는 계생이 삼촌의 이야기 안에 제주도 근현대사와 농경 사회의 노동, 생활방식, 그리고 결혼, 출산, 장례를 비롯한 한 도민의 생활사가 생생하게 남아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언급했다.

인터뷰 내내 이야기를 하는 계생이 삼촌이나 이를 듣는 작가가 서로 울다가 웃다가 하며 마치 굿판을 벌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날 북 토크 콘서트는 두 사람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작가가 계생이 삼촌에게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삶을 시간의 궤적에 따라 하나씩 질문하면 계생이 삼촌은 이를 받아 과거를 회상하며 대답했다. 

이웃과 함께 먼 길 고사리를 캐러 갔었던 일부터 시집가서 자녀 다섯을 낳아 기르며 겪었던 인생 생활사를 계생이 삼촌은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았다. 진솔하면서도 구수한 삼촌의 입담은 좌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못지않게 사람들의 주목을 끈 것은 사실 그녀의 소리(노동요)였다. 2010년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이력이 입증하듯 계생이 삼촌의 소리는 단연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이날 계생이 삼촌은 ‘밭 밟는 소리’, ‘검질메는 소리’, ‘촐비는 소리’ 등 모두 일곱 개의 노동요를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제주 노동요는 제주 사람들의 생활, 의례, 놀이를 비롯한 삶의 전반을 반영할 뿐 아니라 그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특히 섬이라는 제주의 독특한 지리적 환경과 생활양식은 노동요에서도 육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계생이 삼촌은 오빠나 어른들 앞에서도 부끄러움 없이 곧잘 소리를 했다고 하는 걸 보면 어릴 때부터 소리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생활과 분리된 채 단순히 소리의 기능적인 요소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일상과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소리가 만들어졌다고 하겠다.

70,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노동 현장이나 삶의 일터에서 다양한 일노래들이 불리곤 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간간이 길에서 상여가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국 어디를 가도 그러한 흔적들은 사라져 버렸다. 계생이 삼촌의 경우 생활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일노래를 배우며 살아온 거의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싶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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