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도민에게 미안한가?
진심으로 도민에게 미안한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5.2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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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민생경제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코로나19 누적 피해와 고물가·고금리·고유가 등 ‘신3고 위기’로 세입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적금 개념’의 재정안정화기금까지 일반회계로 전입해 종잣돈을 만들었다.

제주도는 이렇게 적금까지 깨면서 올해 제1회 추경을 7조4767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 7조639억원보다 4128억원 증액한 규모이다.

도민들은 민생을 내세운 제주도의 추경 편성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이 희망은 제주도와 도의회의 협치 실종 및 원칙 파기로 고문으로 변했다.

지난 19일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양경호)는 제416회 임시회 제4차 회의를 열고 ‘2023년도 제1회 제주도 추가경정예산안’과 ‘2023년도 제1회 제주도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심사 보류’해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았다.

추경 파행 여파는 고스란히 도민들이 떠안게 됐다.

당장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의 영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탐나는전 5~10% 현장 할인은 추경 파행에 따른 예산 미확보로 지난 23일 0시부터 잠정 중단됐다.

뿐만 아니라 6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도내 대학생 대상 ‘천원의 아침밥’도 불투명해졌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및 관광사업체를 위한 대출 이차 보전과 언 피해 작물 지원, 읍면지역 중·고교 통학비 지원, 저소득 장애인·조손 가정 전기요금 지원 등도 덩달아 발이 묶였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제주도가 “예산 편성은 집행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제주도의회와 사전에 협의 등을 거치지 않고 추경 예산을 편성해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김경학 도의회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추경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라면서도 “제주도는 추경 예산의 40%를 재정안정화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토지 매입비로만 수백억원을 편성했다. 불필요한 사업예산은 과감히 줄이되 민생경제가 활력을 찾고 서민들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심사에 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도의회는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제주도의 예산 편성에 대한 날선 비판과 함께 ‘증액 없는 삭감’ 원칙을 내세우며 제주도를 몰아붙였고 제주도는 이에 대해 반박 브리핑을 하는 등 회기 내내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왔고 예결위 심사과정에서는 양 기관이 물밑 협상을 펼쳤지만 합의를 보지 못 했고 예결위는 제주도의 추경예산을 심사 보류했다.

민생 예산 파행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양 기관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제주도는 지난 22일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올해 제1회 추경이 심사 보류된 것에 대해 도민 고통과 생계 부담을 하루라도 빨리 덜어 드리지 못 하게 돼 도민께 매우 송구스럽다”라며 “추경안을 조속히 다시 심사받을 수 있도록 제주도의회와 협의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양경호 예결위원장 역시 “하루라도 빨리 민생 현장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원포인트’ 임시회 등 제주도가 요청하면 긍정적으로 협의에 나설 것”이라며 “다만 그 전에 제주도 각 실·국과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가 주요 사업 예산에 대해 합의를 이루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포인트 임시회는 물리적으로 다음 달에나 열릴 수밖에 없다. 도의원들이 임시회 직후 대거 해외 출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예정돼 있던 의원들의 해외 출장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불통으로 추경 파행 사태를 낳았음에도 도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 한 마디 없이 ‘조속히 협의’에 나서겠다는 양 기관의 모습에 허탈할 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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