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연의 날을 앞두고
세계 금연의 날을 앞두고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5.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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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언 ㈔제주중독예방교육원장·중독전문가

오는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담배 연기 없는 사회’(Smoke Free Society)를 만들기 위해 1987년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WHO는 세계 금연의 날을 통해 전 세계 흡연자들이 담배 의존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폐해를 매년 강도를 높여가며 경고하고 있다.

WHO는 2003년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만장일치로 담배 규제에 관한 기본협약(FCTC)을 채택하고 각 당사국이 금연정책에 실제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기본협약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80개 이상의 국가가 비준한 보건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협약으로 가동하고 있다.

WHO는 FCTC를 당사국들이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 2년마다 점검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해 각 나라에 개선을 촉구한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담배 규제 흐름은 흡연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세계 각국이 가진 공중보건 문제이기 때문이다.

WHO에 따르면 매년 흡연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약 600만명이 사망한다. 이는 싱가포르 등과 같은 작은 나라의 전체 국민 숫자와 비슷하다. 우리나라도 매년 6만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분류되고 있기는 하지만 한 번 중독되면 금연이 어려울 뿐 아니라 각종 질병이 원인이 되고 타인에게도 심각한 간접흡연의 피해를 안겨주게 된다.

담배 연기 속에는 400여 종이나 되는 독성화학 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작은 담배 속에 이렇게 많은 물질이 들어있는 것은 담배가 불에 탈 때 고온(그 중심온도가 900도 정도)에서 유기물이 열분해, 증류, 승화, 수소화, 산화, 탈수화 등의 과정을 거쳐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이 화학물질은 성질상 타르, 니코틴, 일산화탄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중 ‘니코틴’은 담배의 주성분으로서 중추나 말초 신경을 흥분시키는 물질로 내성과 의존성이 있으며 중단 시 금단 증상을 일으키므로 담배를 끊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니코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하거나 식사를 한 후에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게 되는 매우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이처럼 중독성이 강한 물질은 단순한 습관을 지나쳐서 때론 매우 치명적인 뇌질환과 중독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이는 기분을 좋게 하는 도파민 호르몬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도파민 중독은 마약인 ‘헤로인’보다 몇 배나 더 강하다. 도파민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흥분을 가라앉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뇌세포 간 정보 전달을 마비시킴으로써 일시적 진정제 역할만 하는 것일 뿐이다.

담뱃진이라고 불리는 ‘타르’는 유기물을 분해·증류해 나오는 끈끈한 검은색 액체로 담배의 독특한 맛을 내는 물질이며 2000여 종의 독성화학물질과 20여 종의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일산화탄소는 기체성분 속에 들어 있는 물질로서 우리 몸의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려 저산소증 현상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신진대사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담배 연기가 가득한 방에 오래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멍해지는 것은 바로 이 일산화탄소 때문이다.

이처럼 흡연은 니코틴에 의한 일종의 중독 현상이기 때문에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금연 성공에 한계가 있다. 성공적인 금연을 위해서는 충분한 동기 유발과 흡연 상황에 대비한 준비와 극복 요령 습득이 사전에 이뤄져야 하며 동시에 적절한 약물의 도움, 그리고 주변에서의 협조 등이 필요하다.

먼저 패치, 껌 등 니코틴 보조제를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며 되도록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은 것이 좋고 주변인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좋다.

금연 결심이 깨지지 않게 하기 위한 또 한 가지로 금연해야 하는 이유를 계속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이유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암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이유보다는 금연 실천의 원동력이 될 만한 구체적인 생각이 자신의 의지를 굳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진정한 금연은 단순히 ‘담배를 끊는 행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담배를 피우던 습관을 고쳐야 하고 담배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꿔야 하며 그동안 담배에만 의존해 왔던 스트레스 해소방법을 대처할 만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등 흡연자의 내적·외적 모습뿐 아니라 심지어 대인관계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대의 변혁이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금연의 고통을 새로운 인생을 사는 데 꼭 필요한 대가로 여기고 본인과 가족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제 세계 금연의 날을 맞으면서 5월을 떠나보내긴 아쉬워도 담배는 과감하게 떠나보내고 ‘괴로운 금연’이 아닌 ‘즐거운 금연’으로 잃어버렸던 건강, 자존심, 돈, 시간을 찾으시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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