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인생 멀리건!
골프와 인생 멀리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5.2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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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옥 남영산업㈜ 제주지역본부장

골프에서 ‘멀리건’이라는 희한한 규칙 아닌 규칙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동반자에게 한 번 더 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행위로 모든 골퍼에게는 기본상식이나 다름없이 받아들여진다.

일반 골퍼들에게는 양념같이 붙어 다니는 것이지만 정식대회에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규칙이라서 흥미로운 것이다.

멀리건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1930년대 미국의 신문기자 두 명이 골프를 할 동반자를 찾지 못 하자 골프장 라커룸에서 근무하던 한 청년에게 함께 라운드를 할 것을 부탁하고 같이 라운드에 나섰다. 하지만 이 청년은 골프 경험이 없어 오비, 해저드에 많이 빠졌다고 한다. 그 청년은 다시 칠 기회를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하는데 이 청년 이름이 ‘멀리건’이라고 해서 멀리건이라는 말이 유래했다는 설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골프장 3만5000여 개 가운데 절반 정도가 있는 미국에서는 멀리건이라는 용어 외에 ‘브렉퍼스트 볼’(breakfast ball)이라고 하는 생소한 용어도 있다고 한다. 

아침식사 후 소화가 되기 전에 배가 부른 상태에서 샷을 해서 미스샷이 생겨 무벌타로 다시 한 번 치게 해주는 일종에 사교형 골프 서비스를 말한다.

이렇듯 골프는 진입 장벽이 높고 예민한 운동인 만큼 쏜살같이 건네지는 멀리건 하나에 비즈니스 성패가 좌우되고 때로는 친구와의 오랜 우정이 더해지거나 금이 가는 경우도 허다해서 ‘멀리건’이라고 하는 것은 골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인심형 극약 처방 서비스와 같은 것이다.

동반자에게 멀리건을 받았을 때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스윙하면 예상과 달리 십중팔구 실수가 나온다는 것이 골프 세계의 속설이다. 멀리건이 주어지면 “감사합니다”라고 응답을 하고 반드시 티를 옮기고 스윙폼도 가다듬어 새로운 루틴으로 샷을 해야 원하는 정교한 샷을 날릴 수가 있다고 하니 멀리건은 분명 오묘한 것 같다.

하지만 언제라도 동반자가 ‘멀리건을 주겠지’라는 믿음으로 인해서 처음에는 엉망이던 골프가 점점 흥미가 더해지고 수준급 골퍼까지 됐다는 이들도 많다고 하니 멀리건이라는 존재는 골퍼들에게는 약방에 감초나 다름없는 것이다.

우리네 각자 삶에서도 본인에게 멀리건을 준다고 생각해보자. 유익한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실수해도 기회가 있고 또 실수해도 또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자신이 실패했을 때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기에…. 남의 눈치나 타인에게 굳이 구걸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에…. 

아끼지 말고 과감하게 자신에게 멀리건을 외쳐본다면 분명 신의 가호가 있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인생 멀리건의 위력을 새롭게 인식하고 제때 멀리건을 구사해서 삶에 에너지가 되었으면 한다. 실패가 두려운 나머지 자칫 실패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진짜배기 교훈과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접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주도내 서른 개 골프장에서는 ‘몰간’(멀리건) 건네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것 같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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