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누워있는 듯한 고흥반도 최남단 섬
소가 누워있는 듯한 고흥반도 최남단 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5.1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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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반도 땅끝로 끝자락 지죽도(支竹島)
멀리 낭금산을 뒤로한 지죽도 전경.
멀리 낭금산을 뒤로한 지죽도 전경.

# 지죽대교 아래 즐비하게 서 있는 작은 어선들 한 폭의 그림

멀리서 내려다보면 섬 모양이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는 지죽도(支竹島)는 고흥반도 도화면의 최남단 섬으로 면적은 0.996㎢, 해안선 길이 6㎞에 섬 중앙에 낭금산(202.8m)이 우뚝 솟아 있다. 이 섬 원래 이름은 지호도(支湖島)였다. 섬 안 천연 호수 주변에 지초라는 풀이 많이 자라 붙여진 이름이었으나 바로 옆에 죽도가 있어 지금은 지죽도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지죽도 가는 길이 쉽지가 않았다. 녹동에서 고흥반도 끝자락 해안도로를 돌고 돌아 지죽대교를 만났다. 대교 아래로 목섬 주변에 작은 어선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한참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데 우편 배달하는 아저씨가 “섬이 아름답지요. 저 너머가 죽도고, 멀리 보이는 섬이 시산도요. 이 다리가 없을 때는 저 섬에 다니기 힘들었는디 지금은 섬이 아닌 것 같아요”, “저기 죽도 갈려면 어디서 배 탑니까”, “지죽도 선착장에 가면 죽도가는 배가 있지라” 섬 모습 촬영하기 위해 지죽대교를 걸어가는데 바람이 거세게 분다. 사방에 어우러진 섬 사이로 작은 어선이 물살을 가르며 신나게 달리는 모습이 시원스럽게 보이는 것이 완연한 봄인 것 같다.

지죽대교를 지나는 도로 이름이 ‘땅끝로’다. 해남 땅끝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흥반도에는 땅끝 도로가 있다. 마을로 내려서니 보건소와 노인회관과 버스정류소다. 주민을 만나기 위해 두리번거리는데 집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마을 회의를 하며 다투는 모양인지 말을 붙여볼 형편이 아닌 듯 싶어 그냥 선착장을 찾아 나섰다. 좁은 해안 길에는 김 양식장 지주대와 각종 어구들이 꽉 들어차 이 섬도 양식을 많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착장에도 발 디딜 틈 없이 각종 양식 장비들이 쌓여 차를 주차할 공간이 없다. 배에서 내리는 그물과 양식 장비에서 풍기는 바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지게차로 무거운 그물을 옮기는 주민에게 “죽도가는 배를 어디서 타느냐”물었더니 “어디서 온 손님이요. 죽도는 뭐하러 갈라요”, “제주도에서 왔는데 섬 돌아보려고 합니다”, “죽도 가는 배 지금 없소. 버스가 와야 갈 텐디. 한참 기다려야 할거요” 바쁜 것 같아 더 말하기가 미안스럽다.

단장마을과 지죽도를 연결하는 지죽대교.
단장마을과 지죽도를 연결하는 지죽대교.

#  금강죽봉 풍광과 남근석 못 보고 발 돌려 아쉬워

드론을 날려 죽도와 지죽도 촬영을 마쳤으나 죽도가는 배는 올 생각을 않는다. 눈앞이 죽도인데, 일하던 사람들도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멀리 지죽대교위로 큰 화물차가 건너오고 있다. “저 다리가 없었다면 저 많은 화물을 차도선으로 어렵게 싣고 왔을 텐데. 2003년 1월 길이 440m, 폭 9m의 지죽대교가 개통돼 뭍과 이어져 지금은 섬이 아닌 섬이 되어 해산물을 빠르게 운송할 수가 있어 주민소득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 뿐이 아니다. 도화초등학교 지죽분교 아이들도 이젠 버스를 타고 면소재지 본교를 다니는 바람에 73년된 분교는 폐교되어 주민들은 아쉽다면서도 아이들 장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말한다.

이 섬의 한 기록에 보면 마을 서쪽에 있는 해수욕장에 ‘금강죽봉’이란 바위가 있는데 바위 모양이 마치 커다란 대나무가 하늘 높이 솟아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 바위에 남근석(男根石)이 있고, 정면에 보이는 시산도엔 여성의 음부 모양을 한 바위가 있어 두 바위가 마주 보며 자연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두 바위는 궁합이 좋아서 그런지 지죽도 총각과 시산도 처녀가 결혼하면 잘 산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실제 시산도에서 시집온 처녀들이 대부분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강죽봉 풍광과 남근석을 보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가야 그 바위를 볼 수 있어 할 수 없이 돌아섰다.

지죽도 주생산물은 봄부터 여름까지 주낙배로 ‘하모’라는 참장어 잡이다. 지죽도 주변 해역은 참장어가 잘 잡히는 곳으로 유명한데 일제 강점기 시절에는 참장어를 일본으로 수출했을 정도로 맛과 영양가 좋기로 널리 알려졌다. 이른 아침 지죽도 선착장에 가면 갓 잡은 각종 생선은 물론 참장어도 값싸게 살수 있다고 한 주민이 알려 주지만 하루를 기다리기가 쉽지가 않다. 죽도 가는 배는 언제나 오려나. 뭐가 그리 바쁜지 바다를 오가는 배들은 거친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섬 주변 양식장에 있는 배들.
섬 주변 양식장에 있는 배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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