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콘텐츠?…책, 어떻게 고르나요?”
“비주얼? 콘텐츠?…책, 어떻게 고르나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5.1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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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裝幀)이 아름다운 책

표지 등 꾸밈새도 선택 기준의 하나
“‘아름다운 책, 장정의 세계’에 관심을…”
장정(裝幀)이 아름다운 책.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화가 김환기의 장정으로 유명한 ‘제삼인간형’(을유문화사 1954), ‘들풀이 되어라’(풀빛 1989) 판화가 이철수의 작품, ‘문학사상’ 창간호(문학사상사 1972) 화가 구본웅의 이상 초상화, ‘시문학’ 창간호(현대문학사 1971) 화가 최영림의 목판화, 김영태 시집 ‘객초’(문예비평사 1978) 판권도 아름다운 책, ‘달팽이서방’(한일출판사 1977) 부수언 교수의 작품.
장정(裝幀)이 아름다운 책.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화가 김환기의 장정으로 유명한 ‘제삼인간형’(을유문화사 1954), ‘들풀이 되어라’(풀빛 1989) 판화가 이철수의 작품, ‘문학사상’ 창간호(문학사상사 1972) 화가 구본웅의 이상 초상화, ‘시문학’ 창간호(현대문학사 1971) 화가 최영림의 목판화, 김영태 시집 ‘객초’(문예비평사 1978) 판권도 아름다운 책, ‘달팽이서방’(한일출판사 1977) 부수언 교수의 작품.

여러분들은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시나요?

아마도 대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거나 유행하는 베스트셀러 또는 지인들의 추천 등이 선택의 기준이 되겠죠.

어쩌다가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맘에 쏙 드는 구절이 있거나 눈에 띄는 제목에 이끌려 구입하기도 하실 겁니다. 그래서 광고계에서 카피를 잘 뽑아야 하듯이 출판계에서는 책의 제목을 잘 뽑아야 하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젠 (제일 중요한 책의 내용이나) 제목 외에도 출판사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더 많아졌습니다. 요즘 우리 책방을 찾아주시는 분들만 봐도 책의 내용보다 비주얼적인 요소에 더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들의 대부분은 젊은 세대, 특히 여성분들이 많고요. 그분들은 책의 표지 디자인이나 색채에 먼저 눈길을 주고 내용 중에 예쁜 사진이나 그림이 알록달록하면 감탄사를 연발하곤 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예쁘다는 게 책을 선택하는 데 제일 중요한 포인트죠.

그런 분들에겐 우리 서점같이 책을 많이 수납하는 데만 신경 쓰는 구태의연한 헌책방은 영 감각이 없는 책방으로 여겨지실 겁니다. 예쁜 책들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제목이나 출판사의 이름만 간신히 보이는 책등보다는 책의 디자인이나 색깔을 온전하게 볼 수 있게 표지를 이용해서 디스플레이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일 테니까요.

저도 예쁜 책을 좋아합니다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넓은 공간을 쓸 수 없는 관계로 좁은 곳에서 많은 책을 비치하려니 맨날 그 모냥입니다.

한 번은 요즘 인기가 많은 예쁘장한 책을 한 권 골라서 읽어봤습니다만 내용이 너무 없어서 이런 책을 왜 썼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비주얼이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기가 있으니 참 신기한 세상입니다. 그렇다고 세상의 예쁜 책들이 모두 내용은 별로인 외화내빈형 책이라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안팎이 모두 실한 놈이면 더 좋겠다는 의미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예전에 나온 책들 가운데도 책의 표지나 속표지·도안 등 그 꾸밈새, 즉 ‘장정’(裝幀)에 신경을 많이 쓴 예쁜 놈들이 많습니다. 당대의 유명한 화가가 장정을 맡아서 아름다운 표지화로 유명하거나 저자 스스로가 그리고 써서 예쁘게 꾸민 책들도 있고 문학잡지 ‘문학사상’처럼 표지를 늘 문인들의 초상화로 장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책들을 만날 때마다 언젠가는 이런 책들만 모아서 전시 한 번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곤 했었습니다만 이제야 소원성취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제가 소속해 있는 제주동네책방네트워크는 독서나 책을 주제로 하는 도내 도서관 등 기관들과의 협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우당도서관과 ‘제주애서(愛書)도’를 기획하면서 우리 책방도 오는 6월 5~29일 2층 전시실에서 “아름다운 책, ‘장정(裝幀)’의 세계”라는 주제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장정이 아름다운 책 150여 권을 엄선하여 그림, 판화 등 관련 예술품을 함께 전시·판매하고 전시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 프로그램도 진행하면서 최종일에는 사전에 신청한 전시물에 한하여 현장 경매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행사 완료 후에도 우리 책방의 사정이 허락하는 한 전시는 계속할 생각이오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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