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이상의 역사가 가져온 끈끈한 연대·네트워크
반세기 이상의 역사가 가져온 끈끈한 연대·네트워크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3.05.14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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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교악대(2) 제주제일고 교악대
제주제일고 교악대가 지난 11일 본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은 단체 사진. 김나영 기자.

제주제일고등학교 교악대는 1971년 창설돼 반세기 이상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관악부 동문회가 별도로 조직돼 매년 동문들 간 연주회가 열리고 있다.

졸업 이후에도 전공 여부와 관계없이 교악대를 찾아 후배를 지도하고,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하는 등 끈끈한 연대를 보여준다.

■ ‘꽹과리 부대’로 촉발된 반세기 관악사

제주제일고 교악대가 11일 오케스트라실에서 합주 연습을 하고 있다. 김나영 기자.

제주제일고 교악대의 모체는 다름 아닌 ‘꽹과리 부대’였다.

1966년 제6회 전도학생 종합대회 당시 학교별 응원전은 흥분, 열기의 도가니를 이뤘다.

당시 교악대가 없던 제주제일고는 응원전에서만큼은 각종 체육 행사가 있을 때마다 타 학교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 했다. 궁리 끝에 탄생한 것이 꽹과리 부대였다.

‘저쪽이 신식이라면 이쪽은 구식으로 맞서자’는 몇몇 교직원의 발상이었다.

이 꽹과리 부대는 응원을 주도하는 맹활약을 했고, 상대 학교 교악대와 제주제일고 꽹과리 부대와의 불꽃 튀는 응원 대결이 주 경기 열기를 압도할 정도였다.

이 꽹과리 부대는 제주제일고 응원의 기폭제 역할을 했고, 5년 후 제주제일고인의 10여 년 간 숙원이던 교악대를 탄생시킨 모체가 됐다.

제주제일고 교악대는 1971년 제주시민회관에서 창단식을 가졌다.

처음은 21인조로 시작, 오늘 날 45인조 편성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오늘 날 제주제일고 교악대는 각종 체육대회와 제주국제관악제, 정기연주회 등 다양한 무대에 오르고 있다.

특히 제주제일고 관악부 동문회가 별도로 존재해 매년 동문연주회를 열고 있다.

특히 졸업 이후에도 교악대 후배들 지도와 연주를 꾸준히 돕는 등 끈끈한 연대와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 음악에 대한 애정과 공동체 의식 확산

제주제일고 교악대 학생들이 본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석영, 윤태근, 황래은, 김지후군. 김나영 기자.
제주제일고 교악대 학생들이 본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석영, 윤태근, 황래은, 김지후군. 김나영 기자.

제주제일고 교악대 학생들은 교악대 생활로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을 지켜가고, 서로 다른 소리를 하나로 맞춰나가며 성장하고 있다. 

이들 단원은 점심시간이나 방과후 시간에 틈틈이 연습해 정규 동아리 시간에 합주한다.

3학년 단원 박석영군(호른)은 “고교생이 되면 음악을 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없다. 학교에서도 음악 활동을 하고자 교악대를 선택했다”며 “합주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소리를 맞추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소리를 받아들이고, 기다리는 융통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군은“선후배끼리 상호작용하면서 큰 유대감을 느꼈다”며 “향후 예술사업을 하는 것이 꿈이다. 우리 학교 악대처럼 유대있고 조직적인 예술 조직을 잘 이끌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3학년 단원 윤태근군(타악기)은 “교악대 활동은 제 삶의 전환점이었다. 강사 선생님이 제게 타악 전공을 해보는 것이 어떤지 제안했고, 본격적으로 음악 길을 걷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로 듣고 소통하면서 소리를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제 성격도 알아가고, 다 같이 화합을 이루는 경험으로 자신이 맡은 일을 다해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배웠다”고 말했다.

2학년 단원 황래은군(트럼펫)은 “초등학교 때 관악부 경험이 좋아 계속 하고 싶었지만 중학교에 오케스트라가 없어 교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했지만 잘 맞지 않았다. 이후 계속 트럼펫이라는 악기에 열정이 있었고, 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기에 제주일고 교악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황군은 “오케스트라에서 느낀 다양한 성취와 경험으로 악기를 다룰 때 진심으로 임하게 된다”며 “각 파트가 열심히 연습해 다 같이 연주할 때 노력과 열정이 소리에 느껴져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밝혔다.

2학년 단원 김지후군(트롬본)은 “원래 구강 구조 상 금관악기를 불기 어려워 의사로부터 포기할 것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해보겠다는 열정으로 트롬본을 놓지 않았고, 결국 제주국제관악제 무대랑 정기연주회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며 “무대에 서서 처음 받아본 스포트라이트와 관중들의 박수 갈채는 평생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졸업 이후에도 졸업생들의 교악대 사랑은 계속된다.

종종 후배들 지도를 돕고 무대에 함께 오르기도 하는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학과 2학년 이선규씨(20)는 “학창 시절 내내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깊은 연대를 가져다줬던 교악대다. 후배들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돕고 싶은 마음”이라며 “다른 전공을 택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다. 향후 교사가 되면 함께 제주제일고 교악대 생활을 했던 친구와 둘이서 교원윈드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 호기심이 책임감으로

제주제일고 교악대 지도교사 김동휘씨.

“호기심으로 교악대에 들어온 학생들 마음가짐은 연습하고, 큰 연주를 성공적으로 끝낼 때 엄청난 책임감으로 변해요. 이때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주 출신 김동휘 제주제일고 교악대 지도교사는 클라리넷을 전공한 관악인이다.

김 지도교사는 “50년 이상 역사의 제주일고 교악대는 45인조 편성으로 오보에, 콘트라베이스 등의 특수악기를 보유하고 있다. 타 교악대 대비 사회적으로 일찍 자리잡은 선배들로부터 오케스트라실 설치 등 격려와 후원, 관심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지도교사는 “관악부 동문회가 계속된 정기연주로 후배들에게 활동을 보여주니까 귀감이 된다”며 “각종 행사 때 관악 동문들과 재학생들이 국민 의례를 악기로 불어주고, 신나는 곡을 한두곡 함께 연주하며 소통한다. 특히 정기연주회가 있을 때 선배들로부터 연주 도움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내에서 주목받는 인문계 고등학교다보니 합주시간을 만들기 바쁘고 학업 중 남는 자투리 시간을 악기에 할애한다. 교악대라고 처음부터 악기를 불 줄 알아야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단원 중 전공자는 10%도 안된다. 대부분이 취미인데, 절반 이상이 악기를 처음 접해 차근차근 배워나간다. 열심히 산 결과로 큰 공연장에서 박수 받는 과정이 당시에는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강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김 지도교사는 “오늘 날 학생들은 같이 하기보다는 혼자가 편한 친구들이 많다”며 “교악대에 처음 들어 오면 사람과 있기 힘들어하거나 웃음기 없는 친구들도 한 학기가 지나며 파트별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의견을 이야기하며 친해져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본인도 모르는 새 친구들과 이야기 하고, 선후배와 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케스트라 활성화를 위해서는 오케스트라 연습을 할 수 있는 시설과 학생, 교사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도내 학교 중 오케스트라가 교실 하나에서 이뤄지는 곳도 있는 등 열악한 시설 속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학생들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 업무는 교사들에게는 본 업무 외이기 때문에 맡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오케스트라를 운영해나갈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며 오케스트라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임한다면 학생들이 느끼는 짜릿한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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