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도세 논란, 제주도정은 왜 묵묵부답인가
입도세 논란, 제주도정은 왜 묵묵부답인가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3.05.10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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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옵서(나오세요)! 바당(바다)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주 바닷가에서 해녀 할머니들이 누군가 물가에 접근하면 이렇게 소리친다. 썰물 때 소라전복 등 해산물이 모습을 드러내면 외부인들이 몰래 캐갈까 봐 경계하는 것이다. 해녀 할머니들은 순번제로 보초를 서다가 바다 침입자(?)가 보이면 이륜차나 ATV를 타고 출동한다.

이를 두고 아무리 해녀라지만 자신들의 바다인 것처럼 독점하려 한다는 일각의 비판과 함께 논란이 없지 않다. 스쿠버해루질 동호인과 해녀 간 갈등과 마찰도 자꾸 일어난다.

해녀에 반감을 가진 일부 도민은 “(해녀들은) 중산간한라산에 가지 말라고 비꼰다.

하지만 해산물을 몰래 채취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많으니 해녀들이 삶의 터전을 지키는 행위를 나무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바다 밭이 황폐해지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문화도 사라질 수밖에 없을 테니 해녀들의 행동은 기본적으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최근 제주도가 환경보전분담금(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안을 낼 것이란 소식에 상당수 육지 사람들이 해녀를 향한 일부 도민의 비아냥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은 환경보전분담금을 입도세로 규정하고 그럼 제주도민들은 입경세 또는 육지세를 내야 한다고 다그친다. 관광지 제주의 고물가나 바가지요금을 들어 일본이나 동남아로 여행가겠다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이중과세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은 양반이다.

그런데도 제주도정은 묵묵부답이다. 해명반박 자료 하나 없다. 왜 입도세나 환경세가 아니라 분담금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국민 설득에 나서지 않나. 이런 분위기라면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위한 입법과 국회 처리는 안 봐도 비디오다. 시쳇말로 의문의 1패가 뻔하다.

제주도는 2016년부터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에 나서 입도세란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분담금기여금으로 설계하는 데 공들였고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관광업계와도 협의하며 징수방안을 마련해 왔다. 한국지방재정학회가 제시한 환경보전분담금은 숙박렌터카전세버스 이용료에 부과되는 형태로 1인당 평균 8170원이다. 명목은 자연환경 이용에 대한 원인자 부담이다.

해외 유사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 하와이주와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맨체스터를 비롯해 태국과 부탄 등 국가에서 관광으로 몸살을 앓는 지역이 환경보전분담금과 목적과 취지를 같이하는 관광세나 수수료, 입장료 등을 이미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이다.

환경보전분담금은 제주를 찾는 관광객으로 발생하는 쓰레기와 하수, 교통 정체 등을 처리해소하는 비용을 일부 분담하자는 목표인 만큼 보다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실제 제주는 쓰레기하수교통사고 발생량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많다. 제주대학교 조사 결과 관광객 등 외부인에 의한 생활폐기물 처리비용은 연간 558억원, 하수 처리비용은 66억원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트리플 크라운에 빛나는 보물섬이 비단 제주도민들만의 것인가.

환경보전분담금은 환경정책 측면에서 지방분권 선도모델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중앙통제를 벗어나 지역 주도의 환경보호 체계를 구축할 수 있으니 분권에 더없이 부합하지 않는가.

제주의 미래와 관광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환경보전분담금은 제주를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제2공항 사업보다 더 중요하면 중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가 아니다. 육지 사람을 이해시키고 오해를 걷어내려면 도민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한다. 당장 제주도정부터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작업에 나서야 한다. 입도세가 아니고 자꾸만 훼손되는 보물섬을 체계적으로 지키는 데 협조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호소해야 한다.

어영부영하다간 해녀 할머니들에게서 바다 지킴노하우라도 한 수 배우란 질타 섞인 한 소리가 등장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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