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들의 '근검함의 역사' 일본 현지서 사진.공연으로 재현
제주해녀들의 '근검함의 역사' 일본 현지서 사진.공연으로 재현
  • 일본 오사카=부남철 기자
  • 승인 2023.05.0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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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오사카 군대환 취항 100주년 기념 '양종훈 사진특별전-濟州海女' 개막
제주해녀, 이쿠노구 라이브 파크 개장식 장식
김계숙.고송자씨 '물소중이' 입고 문화공연도 진행
지난 3일 일본 오사카시 이쿠노구 내 조성된 이쿠노구 라이브 파크 개장식에서 부대행사로 제주해녀 문화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일 일본 오사카시 이쿠노구 내 조성된 이쿠노구 라이브 파크 개장식에서 부대행사로 제주해녀 문화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오사카=부남철 기자

100년 전 일제강점기 제주해녀들은 팍팍한 현실의 삶을 이겨내기 위해 일본으로 출가 물질을 나가면서 제주와 오사카를 잇는 정기 연락선 ‘군대환(君代丸)’에 몸을 실었다.
올해는 군대환 취함 100주년을 맞는 해는 의미 있는 해이다. 군대환은 일본의 해운회사인 아마가사키기선(尼崎汽船)가 제주와 일본 오사카를 연결시키기 위해 1923년 취항시켰으며 1925년 제주 앞 바다에서 태풍을 만나 좌초되고, 그 이듬해부터 제2군대환이 취항해 매달 세 차례 제주의 각 기항지를 한 바퀴 돌고 일본으로 향했다. 1945년 광복을 맞으며 제주와 오사카를 잇던 이 배는 운항을 중단했다.
제주와 오사카의 바닷길을 책임졌던 군대환 취항 100주년을 맞아 일본 오사카에서는 재일제주인과 해녀들의 삶을 돌아보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제주해녀 사진전 개막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해녀 사진전 개막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일본 오사카=부남철 기자

▲오사카에서 만난 제주해녀
지난 3일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 재일제주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오사카시 이쿠노구(生野区) 내에 조성된 ‘이쿠노구 라이브 파크’ 개장식이 열렸다. 이 개장식의 주인공은 단연 제주해녀였다.
폐교된 옛 미유키모리 초등학교 교정과 교실 건물을 오사카시 이쿠노구가 자체 예산을 투입해 다문화 시민공원으로 조성해 재개장하면서 열린 이날 개장식은 제주해녀들의 삶과 애환, 기쁨이 담긴 사진이 메인 공간을 채웠다.
20년 이상을 카메라 앵글에 제주해녀를 담아온 양종훈 사진작가(상명대학교 대학원 디지털 이미지학과)가 군대환 취항 100주년을 기념해 일본NPO법인 국제우호촉진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양종훈 사진특별전-濟州海女(제주해녀)’는 이날 이쿠노구 라이브파크 행사의 백미였다.
이번 특별전에는 2016년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해녀가 이제는 제주와 대한민국만이 아닌  전 지구인이 지켜내야 할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자, 우리의 미래라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했다.

'양종훈 사진특별전-濟州海女' 사진전을 찾은 오사카 시민들.
'양종훈 사진특별전-濟州海女' 사진전을 찾은 오사카 시민들.일본 오사카=부남철 기자

이날 해주해녀 사진전 개막식에는 이홍엽 오사카 부총영사, 김종희 한국걸스카우트 총재, 박호형 제주도의회 의원, 아키히로 수지하라 이쿠노구청장, 고태수 일본 NPO법인 국제우호촉진회 사무국장(제주IN 오사카센터장), 김계숙 제주특별자치도 해녀협회 부회장·고송자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양종훈 교수는 개막식에서 “100년 전 군대환에 몸을 싣고 이국만리에 와서 고향 제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바당밭을 일구며 치열하고도 성실하게 살아온 제주해녀들의 근검함의 역사를 일본 현지에서 사진으로 다시 재현하게 된 점이 기쁘다”라며 “앞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해녀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미국 등 해외에서의 특별전시를 더욱 확대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양종훈 제주해녀 특별전은 일본NPO법인 국제우호촉진회 주최,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와 상명대학교 디지털이미지연구소 주관으로 개최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NH농협은행 제주본부, 제주메세나협회 후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해양경찰청, 서울제주균형발전시민연합회 협찬으로 마련됐다.

'양종훈 사진특별전-濟州海女' 입장을 기다리는 오사카 시민들 행렬.
'양종훈 사진특별전-濟州海女' 입장을 기다리는 오사카 시민들 행렬.일본 오사카=부남철 기자

▲오사카와 함께 한 ‘이어도 사나’
“한 쪽 손에 테왁을 메고, 한 쪽 손엔 비창을 들고/이어도 사나∼/이어도 사나∼/칠성판을 등에다 지고/한 길 두 길 들어가보니/저승이 눈 앞이로구나/이어도 사나∼/이어도 사나∼”
제주해녀들이 바다로 물질 나갈 때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해 돛배의 노를 저으며 부르던 ‘이어도 사나’가 이날 이쿠노구 라이브 파크를 찾은 오사카시민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날 개장식 부대행사로 다양한 문화공연이 진행됐다. 제주해녀 김계숙씨와 고송자씨가 전통 물질 의상인 ‘물소중이’를 입고 직접 무대에 오르자 이쿠노구 라이브 파크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공간으로 변했다.
두 해녀가 제주해녀들의 애달픔과 흥겨움을 절묘하게 녹여낸 노랫가락과 함께 제주해녀들의 전통 춤사위를 선보이자객석에서는 두 해녀의 춤사위와 노래를 따라하며 국적을 떠나 하나가 되며 왜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지 각인시켜줬다.
제주해녀의 출가 물질은 1895년 경상남도를 시작으로 1900년대 초부터는 더 많은 육지부는 물론, 일본 미야케지마를 시작으로 해외로의 출향 물질도 본격화됐다. 1923년 제주와 오사카를 오가는 연락선 ‘군대환’이 취항하면서는 제주시, 구좌, 표선, 남원, 서귀포 등 각 마을별로 수십명씩 해녀들을 모집해 일본으로 대규모의 출향 물질을 떠났다.

 

일본 오사카=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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