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갈레스(Nogales)의 교훈
노갈레스(Nogales)의 교훈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5.0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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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준 제주대 부동산관리학과 교수·논설위원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위치한 노갈레스는 같은 문화와 민족으로 구성된 지역이었다. 1853년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현재의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남서부를 사들이면서 미국에 위치한 지역은 애리조나주 노갈레스시(市)가 됐고 멕시코에 위치한 지역은 소노라주 노갈레스시(市)가 됐다. 미국과 멕시코로 나눠진 이후에도 전통문화 행사를 같이 치르고 기차가 오고 가던 마을이었으나 1994년에 국경에 장벽이 생기면서 두 개의 도시로 나눠지게 됐다.

둘로 나눠진 이후 지금은 상황은 매우 다르다. 미국 애리조나주 노갈레스시의 가계 수입은 3만달러가 넘고 지역 주민은 메디케어 뿐만 아니라 전기, 전화, 상하수도, 공중보건, 도로망 등 국가로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 반면에 멕시코 소노라주 노갈레스시의 가계수입은 애리조나주 노갈레스시의 3분의 1 수준이며 지역 주민은 엉망인 도로망, 열악한 공중보건, 높은 범죄율 등으로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조상이 같고 같은 문화였던 지역이 지금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제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노갈레스시는 시장 친화적인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멕시코 소노라주시는 부패와 규제가 만연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국가나 지역의 번영은 문화나 지리적 차이가 아니라 경제 및 정치 제도에 기인하다.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법에 따른 공정한 사회질서가 형성되고, 혁신에 대한 도전을 만들 제도적 풍토가 마련되어 있는 곳은 번영하게 되는 것이다.

2017년까지 고도성장을 하던 제주 지역경제는 사드 경제보복, 코로나 19확산 등의 영향으로 2018년 이후로 부진을 겪고 있다. 인구의 자연감소는 2021년 7월부터 20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2022년 12월부터 전입 인구보다 전출 인구가 많은 순유출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 지역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던 시기에 강화된 규제들로 인해 제주는 규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고 한다.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 적용을 통해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한다는 특별자치도 출범 취지에도 어긋나고, 제주 지역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무조정실에서 시행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성과평가'에서 '규제개선 체감만족도'라는 지표는 2018년 이후 계속 낮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2021년에는 37개 지표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에 대한 경영지원과 기업관련 법·제도의 개선 등을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3월에 제주특별자치도와 도의회는 기업지원과 투자활성화, 민생안정을 위해 각종 규제를 발굴·개선하기 위한 ‘지방규제혁신 공동 전담팀(TF)’을 구성하였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다. 각종 규제를 개선하여 기업활동을 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고 번영을 이끄는 제도를 계속 만들고 유지해 제주 지역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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