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5분!
생의 마지막 5분!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5.0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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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훈 시인

친구야! 어느 새 4월도 상처뿐인 서사(敍事)와 함께 가고 봄 향기 가득한 5월이 이렇게 왔군. 그렇지만 새벽바람은 아직도 스산해서 소년 시절 자네와 함께 거닐던 일출봉 바닷길은 파도소리마저 거칠다네.

이럴 때면 으레 옛 우정이 되살아나서 거친 파도를 뜨거운 가슴으로 품으며 새벽길을 걷는다네. 내 손에 들린 폰 카톡에서 흐르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으며 말일세. 그건 자네가 보내준 ‘Stand by Your Man’이라는 제목의 노랠세. 비록 번의 된 가사일지라도 감미로운 멜로디와 함께 다가오는 노랫말은 황혼의 우리에겐 감동이 아닐 수 없다네.

“멋진 사람이 되지 말고 따뜻한 사람이 되세요/멋진 사람은 눈을 즐겁게 하지만 따뜻한 사람은 마음을 데워줍니다/잘난 사람은 되지 말고 진실한 사람이 되세요/잘난 사람은 피하고 싶지만 진실한 사람은 곁에 두고 싶어져요/대단한 사람이 되지 말고 좋은 사람이 되세요/대단한 사람은 부담을 주지만 좋은 사람은 행복을 줍니다/”

노랫말이 주는 울림을 가슴으로 품고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 새 내 눈길은 카톡의 끝머리에 올린 글에 머물러 걷던 걸음마저 멈추게 한다네. ‘생의 마지막 5분’이란 제목의 글이지요.

“사형 전 마지막 5분을 주겠다.” 단 5분! 사형수는 절망했습니다. ‘내 인생이 이제 5분 뒤면 끝이라니 나는 이 5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먼저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며 기도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친구들은 먼저 떠나는 나를 용서하고 나 때문에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리지 마십시오.’ 집행관은 2분이 지남을 알립니다. ‘후회할 시간도 부족하구나! 난, 왜 그리 헛된 시간을 살았을까? 찰나의 시간이라도 더 주어졌으면….’ 마침내 집행관이 알린 마지막 1분, 사형수는 ‘매서운 칼바람도 이제 느낄 수 없겠구나. 맨발로 전해지는 땅의 냉기도 못 느끼겠구나.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겠구나. 모든 것이 아쉽고 아쉽구나.’ 

사형수는 처음으로 느끼는 세상의 소중함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 이제 집행을 시작하겠소.” 사형수의 마음은 간절했습니다. ‘살고 싶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이라도….’ ‘철컥’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멈추시오, 형 집행을 멈추시오!” 한 병사가 흰 수건을 흔들며 현장으로 달려왔습니다. 사형 대신 유배를 보내라는 황제의 급박한 전갈이었습니다. 가까스로 사형은 멈췄고 사형수는 죽음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사형수는 누구일까요. 바로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였지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이후 시베리아에서 4년의 수용소 유배생활로 보낸 후 눈을 감을 때까지 ‘생의 마지막 5분’을 되새기며 지낸 그는 훗날 ‘백치’라는 장편소설에서 “이 세상에서 숨 쉴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뿐이다”라고 할 만큼 인생은 ‘5분의 연속’이란 각오로 삶을 살았지요. 친구야! 이제 우리 나이 팔십에서 셋을 더했구나. 이 세상에서 숨 쉴 수 있는 진정한 시간은 얼마나 되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마지막 5분 말일세.

“봄이면 산에 들에 피는 꽃들이/그리도 고운 줄/…정말로 몰랐네/내 인생의 꽃이 다 피고/또 지고 난 그 후에야/비로소 내 마음에 꽃 하나 들어와 피어있었네/나란히 앉아서 아무 말 하지 않고 고개 끄덕이며/내 마음을 알아주는/친구 하나, 하나 있다면/나란히 앉아서 아무 말 하지 않고/지는 해 함께 바라봐 줄/친구만 있다면 더 이상/다른 건 바랄 게 없어/그것이 인생이란 비밀, 그것이/인생이 준 고마운 선물”이란 유정의 노래를 들으며 친구를 그리워하겠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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