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마스크를 꺼낸다
또 마스크를 꺼낸다
  • 한국현 기자
  • 승인 2023.04.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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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날‘인 지난 22일, 서귀포시내에 바라본 한라산은 온통 잿빛이었다. 한라산은 미세먼지에 가려 아예 보이지 않았다.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 전날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제주도 권역에 미세먼지 경보를 발령했다. 내몽골고원과 고비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유입되면서다. 
제주도는 노약자, 호흡기질환자, 심혈관질환자 등은 외출을 삼가하고 시민들의 경우 부득이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미세먼지의 사전적 뜻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물질로 대기 중에 오랫동안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직경 10㎛ 이하의 입자상 물질이다. 미세먼지는 크기가 작아 폐와 혈관 등에 바로 침투한다.
2019년 3월로 기억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에 노출된 인공 폐가 하루 사이에 새까맣게 변했다”는 충격적인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그해 10월 초 제주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이었다. 당시 제주도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제주지역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중국 북부지방과 고비사막 부근에서 발원한 황사가 유입된 탓이다. 10월 황사도 드문 일이다.
미세먼지가 제주를 공습했던 ‘지구의 날’, 거리 곳곳은 ‘마스크 쓴 풍경’이었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의 모습 그대로 였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도 있지만, 이날은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 더 많았다. 
이제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아니라 권고 사항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3월 20일부터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택시, 항공기 등에 적용됐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의료기관이나 약국, 요양원ㆍ요양병원 등 입소형 사회복지시설을 포함한 감염취약시설에서의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는 유지되고 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지난해 5월 해제됐다.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2월부터 일상화됐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엊그제 같다.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지정된 날에만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마스크 5부제’도 생각난다.
코로나19가 전국을 휩쓸 때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다. 백신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마스크 착용이 유일한 ‘백신’으로 등장했다. 무더운 여름에도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다. 착용하지 않으면 ‘민폐’였다. 세계 각 국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다가 백신이 개발되고 여러차례 접종이 이뤄지면서 코로나19 환자는 감소세를 보였다. 시민들의 방역수칙 준수도 한 몫을 했다. 마스크도 착용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됐다.
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니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쓰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의 ‘마스크 쓴 풍경’은 아니다.
코로나19는 그렇다 치고,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가 마스크를 소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체내에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기 이전에도 그랬듯이, 마스크는 미세먼지의 ‘백신’이다. 
황사는 날을 잡아서 오지 않는다. ‘봄 황사’는 옛말이다. 언제 어디서 우리나라로 유입될 지 모른다. 미세먼지의 폐해는 세계보건기구가 경고했다. 우리는 지금 마스크 쓰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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