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장점들
아내의 장점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4.2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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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논설위원

아내와 결혼을 하여 44년을 살고 있다. 슬하에 딸과 아들을 낳고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나는 작곡가로, 시립합창단 지휘자로, 대학 교수로 살아왔다. 이제는 대학을 떠나 아마츄어 합창단 지휘자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장모님이 작년에 돌아가시고 장인은 현재 병석에 누워 계신지 일년이 지나고 있다. 늘 아내와 지내고 있는 요즈음, 아내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정리를 해 본다.

결혼을 할 당시 아내의 나이는 23세였다. 장모님이 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결혼을 하고 40여년이 흘렀다. 아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본다. 아내의 장점들을 하나하나 열거해 보았다.

첫째로 내가 생각하기에 아내는 얼굴이 예쁘다. 결혼 초기에는 텔런트 누구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아내의 얼굴을 보니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아내는 나 보다 조금 키가 큰 편이다. 평소 결혼을 하기 전에는 아내가 될 사람의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천만다행으로 나 보다 조금은 크다. 그래서 자식들도 덩달아 적당히 큰 편에 속한다. 그렇게 자식들의 키가 큰 것에 대해서 퍽이나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

조용한 스타일이다. 남의 말을 잘 하지 않는다. 험담은 전혀 하질 못한다. 그러한 아내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아내는 나의 말을 경청을 하는 편이다. 결혼 초기에는 줄곧 듣기만 하여 경청을 하는 아내의 자세에 매료가 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우리의 결혼은 13일 만에 결정이 된 것이라서 서로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결혼 후 직장에서 퇴근 후에 아내와 저녁상을 물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대화를 하기가 다반사였다. 그런데 그 대화의 시간이 아니라 나의 일방적인 독백이었다. 나의 독백은 새벽이 될 때 까지 계속이 되었다. 그러한 경우가 계속되었으며 아내는 줄곧 듣기만 하였다. 그때마다 나는 아내가 나의 이야기에 매료가 되었다고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진전해 나갔다. 아내는 나의 의견에 토를 달지 않는다. 나의 의견을 전적으로 믿고 시행한다. 나는 아내가 잘 듣는 것이 내가 말을 잘 해서 그런가 보다하고 생각을 했다.

나는 작곡가이다. 결혼 후 혼자서 하는 작곡발표회(단독 발표회)를 여덟번째 발표회를 하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테지만 단 한번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작곡 발표회를 미룬 적이 없다. 그러한 일을 하면서 아내에게 참으로 고맙다고 생각을 한다. 작곡발표를 하고나서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도 아내는 오히려 나에게 힘을 보탠다. 나는 오래 전에(결혼 초기부터) 경제권을 아내에게 맡겼다. 그래서인지 지금껏 집안에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 나에게 얘기를 한 적이 없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이 아니지만, 다툼의 소리를 들어보질 않았다.

그리고 아내는 내가 집밖을 나가면 좀처럼 전화를 하지 않는다. 늦은 밤 정각 자정이 되기 전에는 일절 전화를 해서 내가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나의 아내는 내가 출장을 가서 멀리 육지로 나갈 경우에도 전화를 한 적이 없다. 나를 믿고 한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아내가 어떨 때에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한번은 그러한 일에 대해서 아내에게 들어 본적이 있다. ‘당신은 왜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내는 전화를 왜 하느냐는 것이다.

아내는 몇 년 전에 다리에 골절사고가 난 이후에는 바깥출입을 삼가고 있다. 그래서 오름이나 동네 산책을 할 때는 언제나 나 혼자이다. 다리가 좋아지고 나면 같이 동행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아내는 내가 작곡 작업을 할 때에는 거실에의 TV 볼륨을 낮춘다. 내가 작업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에 직감적으로 내가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면 즉시 볼륨을 낮춘다. 이러한 일로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부부간의 흐름인가 보다.

아내의 직업은 음악학원 원장이다. 매일 오전 12시에 출근하고 저녁 7시가 되어서야 학원 문을 닫는다. 하루 종일 학원생들과 씨름하다 집에 돌아오는 아내를 가엽게 여겨 퇴근하는 사이에 내가 저녁밥을 짓는다.

그리고 아내의 자랑 중에 빼 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는 음식을 잘 한다는 것이다. 나의 입맛에 맞게 요리를 잘한다. 그러기에 아내가 차린 음식들은 모두가 맛이 있다. 늘 그 점을 고마워한다.

아들과 딸 자녀들 모두 건강하니 그 정도면 자녀를 잘 키웠다고 할 수가 있다. 그리고 건강 문제인데 아내와 나 자식들 모두 건강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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