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나의 산티아고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4.2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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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 시인

2015년 개봉했던 영화 ‘나의 산티아고’가 문득 떠오른다. 쉴 틈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영화 속 주인공 하페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인기 코미디언이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지만, 과로로 쓰러지면서 큰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후 갖게 된 긴 휴가는 낯설기만 하고 무력감에 시달리던 그는 한 번도 홀로 가본 적이 없는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장장 800km, 42일간의 여정! 그는 산티아고로 출발한다. 

처음 그는 진정한 순례길에 나서지 못한다. 폭우와 불편한 잠자리, 고통스러운 긴 여정이 늘어가면서 이 길을 왜 걷고 있는지 내게 이 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 채 걷고 또 걷기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겹고 지치고, 외로운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러나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나 홀로 순례 꾼의 “고요하게 침묵해야 진정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몸도 마음도 진짜 혼자 걸어가야 한다.”라는 충고를 듣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내면에 숨어있던 상처 입은 어린 자아를 만나게 된다. 그 후 새로운 목표와 삶의 통찰을 얻게 된다. 고통스럽지만 당당하고 묵묵하게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다시 걸어가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삶의 벼랑이라 느꼈던 절망적 순간에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준 것이 나에게는 문학이다.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침묵의 시간, 내면으로 다가가는 시간, 시를 쓰고 그 시를 통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성찰과 생명에 대한 존중, 인간에 대한 풀리지 않는 질문과 의심들이 시를 쓰게 한다.

계절은 한결같이 돌아왔다 돌아가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바뀌고 흘러간다. 떠밀리듯 한꺼번에 피었다 흩어져버린 사월의 화려한 벚꽃 향연도 끝나고 시간은 오월의 장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의 산티아고는 어디쯤인가. 지금 우리는 자신만의 인생길을 똑바로 잘 찾아가고 있는가. 매 순간 선택의 귀로에서 고독하고 외로운 고민의 길을 걷는다. 쉼 없고 바쁜 일상 속에서 지친 영혼을 치유하고 다독여 줄 위로의 시간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산티아고 그 길목에서 잠시 내면의 진솔한 울림을 듣는 자기 성찰은 무척 귀하다. 어떤 힘든 상황도 이겨내 보겠다는 다짐과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의 길 어디쯤이길 희망해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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