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그 때에 이렇게 했다면?
만약에 그 때에 이렇게 했다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4.1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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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논설위원

대학 3학년 재학 중 겨울 방학이 되어 서울에 있는 후배를 만나기 위해 종로에서 이봉조 악단(대중 가요 가수 현미 남편) 테너 섹소폰 연주자인 현충헌 후배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후배가 연주를 하고 있는 악단은 국내에서는 대단히 연주를 잘 하는 유명세가 있는 밴드였다. 그 멤버 중에 후배가 있었다. 7층으로 올라가 후배가 연주를 하고 있는 방으로(홀) 들어갔다. 같이 갔던 해군 군악병 후배(지금은 작고)가 성큼 무대 밑으로 가서 연주를 하고 있는 섹소폰 주자를 불렀다. 섹소폰 주자하고 군악병과는 선후배가 되는 사이인데 친한 사이였다. 내가 왔다고 말을 전하니 연주를 하던 후배가 홀을 바라보더니 내가 손을 흔들자 같이 손을 흔들며 잠시만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다. 둘이서 간단한 맥주와 안주를 시키고 앉아 있는데 스테이지가 끝이 나자 후배가 자리로 왔다. 나하고는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였다. 둘 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처음 보는 관계였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전 날이라 밤새 일을 한단다. 잠시 동안 대화를 나누고 또 다른 후배가 일하는 동대문에 위치한 바(Bar)로 향했다(문병식).

택시를 타고 가니 크리스마스 연휴 때문인지 업소에는 손님이 꽉 차 있었다. 겨우 자리를 차지하여 앉았다. 역시 무대에서는 한참 연주를 하고 있었다. 후배가 무대에서 연주 중인 선배를 찾아 인사를 하고 내가 왔다고 하니 손을 흔들면서 반가워했다. 조금 전의 후배하고는 1년 선후배 사이였다. 그러더니 나 보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신청을 해 둔 모양이다. 내가 가요를 아는 몇 곡만이 있었는데 후배가 곡을 시켜서 하는 수 없이 무대로 올라갔다. 홀은 대만원이었다. 그 장소는 손님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인가 보다, 신청한 곡을 불렀다. 조영남의 노래 ‘제비’(번안곡)를 불렀다. 나름 최선을 다하여 노래를 끝냈다. 그런데 객석에서는 앵콜! 하는 소리가 들렸다. 큰 소리로 앵콜을 신청하는 바람에 무대에서 연주를 하던 후배가 다른 곡을 하라면서 보챈다. 그래서 또 다른 곡을 신청했다.

누구의 작곡인지는 몰라도 ‘긴 머리 소녀’(둘 다섯 노래)를 신청을 했다. 1절은 음반에 나오는 데로 착실하게 불렀다. 간주가 나오고 2절로 들어가자 나는 언제나 2절에서는 변주를 하는데, 왠지 밴드들의 소리가 신이 나서 나의 노래에 힘이 가해 졌다. 정상적이지 않은 나의 변주하는 노래에 객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앵콜을 외쳐댄다. 나는 더 이상 부를 노래가 없어서 자리로 돌아 왔다. 후배하고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웨이터가 나에게 오더니 명함을 주면서 ‘저쪽에 계신 분이 나를 뵙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명함을 보니 <신세계 레코드사>의 전무라고 적혀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 쪽으로 갔다. 서너 분이 앉아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서, ‘손님이 노래 부르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나는 레코드사에 있는데. 손님이 필요하시면 우리 레코드사하고 일해 보지 않겠는가?’하고 물어 왔다. 나는 현재 대학 재학 중이며 가수에는 마음에 없다고 마음을 밝히고는 내 자리로 돌아 왔다. 그리고는 군인 후배하고 1박을 하였다.

50여년이 지난 일이다. 같이 갔던 후배나 무대에서 연주를 했던 후배 모두 당시에 일어 난 일을 아무도 모른다. 만약에 레코드사의 전무의 얘기대로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인생을 살면서 자꾸만 그 당시가 생각이 난다. 그 후에 라디오나 TV에서 가요가 나올 때면 나는 내가 가수가 되어 무대에서 노래하는 나를 떠올리곤 한다. 어떤 경우는 나라면 이 노래를 이렇게 불렀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가요 대회에서 심사를 맡을 때가 있다. 여러 차례 심사를 하면서도 대학 시절 그 때의 추억을 생각할 때가 있다. 나는 그래도 클래식을 한다고 대중가요를 ‘딴따라’라고 놀리던 시절을 겪으면서 음악은 그래도 클래식이지! 하는 자존심이 있었다.

그 후에도 가요를 부를 기회가 자주 있었다. 헌데 그날의 추억 때문인지 나는 언제나 클래시칼하게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리고 이 길이 천직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추억으로만 여기는 그 때의 그 일을 생각을 하면 인생은 한 순간의 결정이 중요한다는 것을 또 다시 생각을 하게 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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