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의 눈물, 도의원의 눈물
교육감의 눈물, 도의원의 눈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4.1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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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친구가 시(詩)를 한번 써 봤다며 습작 몇 편을 메일로 보내왔다. 그가 중·고등학교 때 시와 소설을 좋아하긴했으나 평소 시를 쓰는 걸 본 적 없기에 참 별일이다 싶었다. 전화했더니 대학 연구실에서 그냥 심심해서 썼다고 한다.

글 내용이 참 쓸쓸하기도 해서 “산다는 게 다 그렇지 뭐~”했더니 “그래, 그래” 웃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그가 신문사 옆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는 급보를 듣고 달려갔는데 ‘말도 없이’ 타계했다. 그가 발달장애를 앓는 아들로 인해 가슴앓이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세상을 등질 줄은 몰랐다.

▲그렇게 친구를 보냈는데 다음에는 다정한 선배님이 세상을 떠났다.

월남전 참전용사. 대형 횟집 사장. 골프장에서 “내 나이가 어때서~”를 신나게 부르던 선배.

하지만 웃는 얼굴 한편에는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는 고통이 고스란히 배어있었다. 골프를 치다가도 아이를 절제하지 못한다는 긴급한 연락을 받고는 황망히 집으로 돌아갔던 분이다. 결국 그도 아들의 발달장애 앞에 무너졌다.

나는 그렇게 다정한 친구를 잃고 그렇게 살가웠던 선배님을 보냈다.

발달장애 자녀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건이 많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추산한 비슷한 사건은 한해 최소 10건 이상이다. 학계의 ‘고위험 장애인 가족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돌봄자 374명 중 35%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 사랑스러운 자식이 나이가 먹는데도 점점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사실,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고통스럽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부모는 조금이라도 장애 자녀에게 도움이 된다면, 치료나 교육을 위해 어떤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간혹 발달장애아는 갑자기 돌출행동을 한다. 어릴 때라면 힘으로라도 제어가 됐는데 아이의 몸이 커지면 그마저도 힘이 든다. 언제나 아이에게서 시선을 거둘 수 없는 부모는 커피 한 잔을 여유 있게 마시는 것도 사치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 악화된다.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부모는 점점 더 약해진다. 혹여 자신이 없는 세상에 남겨질 아이 걱정에 가슴이 멘다.

▲지난 14일 제주도의회 교육행정 질문에서 김대진 도의원(더불어민주당, 동홍동)은 김광수 교육감에게 장애인예술단 설립에 대해 묻고, 세종시교육청 어울림장애인예술단을 소개하는 뉴스 영상을 재생했다.

이 영상을 본 김 교육감은 “자폐(발달장애)를 겪은 조카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흘렸고, 질문자인 김 의원을 비롯한 많은 도의원들이 함께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장애인예술단을 만든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김 교육감의 말대로 이런 예술단이라도 만들어 발달장애인 몇 명이라도 추억을 만들수 있고 행복해한다면, 희망은 있다.

발달장애는 부모의 잘못도, 아이의 잘못도 절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교육감과 도의원들의 눈물이 ‘모두의 책임’을 말하는 진실임을 믿고 싶고, 앞으로 절대 바래지 않기를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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