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양배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4.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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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만 화백·김신자 시인의 시와 그림으로 보는 제주어
(59) 양배추

■ 표준어
양배추

무언가 감추려고 껴안는 게 아니다
한 잎씩 돋아나는 서러움과 두려움이
안에서 솟구치는 날 감싸고 안았을 뿐

별빛처럼 반짝이는 네 생각 놓칠까봐
아프고 외로워도 그리움 누르면서
긴긴날 포개어 가며 모아 놓고 있을 뿐

아니다 그게 아니다 내 맘속에 그 사람
둥그런 얼굴에다 동그란 그 눈동자
그 모습 내 눈에 박혀 그려 내고 있다네

■ 시작 메모
세상이 얼마나 아팠으면 저토록 파랗게 감싸 안으며 울었을까요. 오염된 인간의 말이 아니라 깨끗한 양배추의 말로 내 마음을 전하렵니다. 식물은 사랑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인간은 다가가서 만나기를 좋아하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사랑을 나누지만 식물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기다려서 만나고 늘 그 자리에서 사랑을 얻습니다. 그래서인지 전자의 사랑은 움직임이 보여서 분명하게 느껴지지만 후자의 사랑은 기다림을 본질로 하므로 너무 고요해서 아련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사랑의 무늬를 그리고 계신가요?

■ 제주어 풀이
(1) ᄀᆞᆷ추다 : 감추다
(2) ᄒᆞᆫ 섭 : 한 잎
(3) 설룸 : 서러움
(4) ᄌᆞ들메 : 걱정
(5) 벨빗 : 별빛
(6) 철리다 : 털리다
(7) 포부찌다 : 두 개가 서로 붙다, 붙은 자리에 겹쳐져 덧붙다
(8) 동골렉이 : 동그라미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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