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절물오롬 사이에 묻힌 족은개오리
한라생태숲~절물오롬 사이에 묻힌 족은개오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4.1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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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족은개오리
한라생태숲길에서 본 족은개오리에 봄이 찾아 왔다.
한라생태숲길에서 본 족은개오리에 봄이 찾아 왔다.

제주 해안에 인접한 마을에서는 때늦은 동백이 떨어지는 4월. 벚꽃도 목련도 져버린 4월 초인데 높은 고도의 한라생태숲 벚꽃들은 채 피지도 못하고 태질 당했다. 이제 막 피어난 산목련들도 때아니게 갈기갈기 찢겨버린 처참한 봄날이다. 안개마저 내려앉아 시야가 가려 ‘천연기념물 제주마(馬) 방목장’너머로 푸르게 빛나던 큰개오리도 오늘은 완전히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잘 닦인 한라생태 숲길을 따라가는 작은 개오리 길은 여러 갈래라 복잡하다. 한라생태숲에서 절물(대나)오롬까지 여러 갈래로 나뉜다. 족은개오리는 한라생태숲 관할이 아니라 절물자연휴양림 소관이라 한다. 그러나 한라생태숲과 절물오롬 중간에 족은개오리-샛개오리가 있다. 한라생태숲·절물 두 방향의 표지판이 정확지 않아서 초행자들은 길 찾기가 수월치 않다.

족은개오리로 가는 길에는 산 벚나무가 조롱조롱한데 여기서 처음 보는 섬개벗나무 꽃은 보고 싶었는데 “아직이다-살았는지 죽었는지…”. 이제 막 피어나는 고로쇠나무와 달리 때죽나무와 산딸나무도 아직 잎을 피우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 3종은 족은개오리 3총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장미과의 팥배나무는 꽃을 보았으나 아그배나무는 아직이다.

한라생태숲으로 가는 길에는 색다른 이름의 까마귀베개나무와 낯익은 산뽕나무, 마편초과의 보라색 구슬처럼 열매가 열리는 작살나무나 세비나무, 날로 보기가 어려워지는 화살나무는 초봄에 쌉쌀한 잎을 나물을 먹기도 하고 한약재로도 쓰인다. 특히 화살나무의 붉은 단풍은 정말 곱다. 그것을 아는 일본에서는 단풍나무·은방울꽃나무와 더불어 3대 단풍으로 꼽는다.

한라생태숲에서 족은개오리로 나가는 길
한라생태숲에서 족은개오리로 나가는 길

개오리 3형제의 해발과 비고(산높이)는 큰개오리(743m-118m), 샛개오리(658m-58m), 족은개오리(664m-79m), 둘레·면적은 큰오롬(3504m-64만913㎡), 족은오롬(1750m-17만5778㎡), 샛오롬(1049m-7만3832㎡) 순이다. 세 오롬의 높이-비고·둘레-면적은 큰오롬-족은오롬-샛오롬인데, 이들의 이름은 서쪽의 큰오롬, 중간의 샛오롬, 동쪽의 족은오롬 순이다.

개오리 형제들은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여 있다. 큰개오리는 한라생태숲 입구에서 ‘천연기념물 제주마 방목지’ 건너 한라산 쪽으로 보이는 오롬이다. 큰개오리 입구는 한라산 제1횡단도(5·16도로) 상에서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갈 수 있다. 그러나 정상에는 송신탑들이 설치돼 있어서 서쪽에 있는 샛오롬-족은오롬으로 갈 수는 없다.

샛개오리-족은개오리는 한라산 생태숲에서 서쪽으로 가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절물휴양림 동쪽에서 한라생태숲 쪽으로 나 있는 탐방 길을 따라 족은개오리를 거쳐서 한라생태숲으로도 나올 수도 있다. 시간을 충분히 잡는다면 버스를 이용해 한번 걸어볼 만하다.

한라생태숲~절물휴양림 간에는 앞서 말한 제주산 나무들이 창창하고 그 아래는 구럼패기(산상)이 뒤덮여 있어 좋은 길은 아니다. 육지서 온 한 사람이 필자에게 묻는다. “선생님 더덕 냄새가 많이 나는데요?” 묻는다. 산상나무 잎을 비벼서 냄새 맡아보라고 했더니 “내가 잘못 알았던 것 같다”고한다. 일부 구간은 산죽도 보이나 ‘구럼패기’가 온 산을 뒤덮었다.

어떤 이의 오롬 책에서 ‘개오리’와 ‘가오리’를 동의어로 쓰고 있는데 그 이후 세 오롬들이 개오리(가오리)처럼 생겨서 개오리(가오리)라고 했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세 오롬이 모두 가오리들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게 불러서 그런지 절물오롬에서 내려다보니 그 중 샛개오리는 가오리를 닮아 보이기도 하지만 세 마리의 가오리는 아니라고 본다.

개오리를 한자로는 견월악(犬月岳·개견犬, 오(ㅇ+아래아)리=월月)이라고 음차한 것을 견월악이라 부르는 데 안된다. 이후 ‘견월악(犬月岳)’이라는 명칭은 쓰지 말아야 할 명칭이다. 그래서 ‘개가 달을 보고 짖는 모습’ 같다는 개소리를 한다. 그러나 필자가 ‘개오리’라는 명칭을 수용하는 것은 만주에서 온 고량부 삼성들이 오롬을 ‘오(ㅇ+아래아)→오(ㅇ+아래아)리’라고 불렀다는 점이다.

이 오롬에서 제주목을 바라보니 12간지 시 중에 술시(戌時·개)에 해당하기에 개올(ㅇ+아래아+ㄹ)이라 하고 한자로 표기할 때 ‘견월악(犬月岳)’이라고 표기해서 말도 안 되는 해석이 표지판과 인터넷에 떠돈다. 그러나 이제는 본래 제주인이 불러오던 ‘개오리’라고 불려져야 할 것이다.

이 오롬을 ‘개오리오롬’이라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오(ㅇ+아래아)리=오리’가 오롬이란 뜻이고, ‘개오롬’은 표선면 성읍리 2974번지에 소재하며 정의현성에서 술시(戌時) 방향에 있다. 한라생태숲에서 개오리를 보니 이름의 사연처럼 봄 안개가 자욱해 앞이 보이지 않는다.

족은개오리로 가는 길에서 만난 노루
족은개오리로 가는 길에서 만난 노루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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