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비인간 친구들
사랑하는 나의 비인간 친구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4.1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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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우리 아들은 상어를 참 좋아한다. 어느 날 “아빠, 내 친구 중에 상어고기를 먹어본 애가 있어요. 저도 상어 좋아하니까, 먹어보고 싶어요”라고 했는데 웃기면서도 이상했다. “근우야, 좋아하는 걸 왜 먹어? 좋아하니까 자주 보고 잘해주고, 이뻐해야지”라고 했지만 이런 대화가 한편으론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기까지 한 게 우리네 삶이기도 하다.

‘캐스트 어웨이’라는 영화를 보면 무인도에 갇힌 주인공 ‘톰 행크스’가 ‘윌슨’이라는 브랜드의 ‘배구공’을 잃어버리면서 통곡을 하는 장면이 있다. “윌~슨~” 혼자 갇혀 살던 남자에게 유일한 친구였던 ‘배구공’, 윌슨과 작별하는 장면이 웃길 수도 있지만 우리가 애착을 갖는 것이 비단, 생명체가 아니라 떨어지는 낙엽, 어린 시절 사용했던 수첩, 장난감과 같은 물건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자연스러운데 사랑하는 동물을 먹고 싶어 하기도 하고 무생물도 사랑하는 인간….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우린 함께 사는 인간들조차 차별하지 않고 같은 인간으로 보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1812년에 태어난 찰스 디킨스는 1824년 약 12살 무렵의 소년기에 구두약공장에 취업했던 경험으로 어린이들이 노동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소재로 한 ‘올리버 트위스트’를 썼다. 인간이 피부색이 다르다고 인간을 사고팔던 노예제도도 1800년대 중반에야 폐지 절차를 밟았고 조선의 계급제도가 사라진 지도,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된 지도 겨우 100년 안팎의 일이다.

같은 인간도 어리다고, 색이 다르다고, 성별이 다르다고 지금까지 구분하고 가르고, 차별해 온 인간들이 인간 안에서의 동등함을 찾아오는데 만도 최소 200년이 걸렸다. 그리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었건만 동물과 자연도 우리 인간과 같이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인간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인간은 인간을 잡아먹진 않고, 다른 동물과 물건까지 애정 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희망이 있는 걸까? 나와 너의 좁은 울타리로 나누지 말고 나를 둘러싸고 내가 사는 지구 전체를 중요하고 동등하게 보기엔 나란 인간의 삶의 반경도 마음도 너무 좁다. 그저 알고 있는 어려움은 외면하지 않길, 할 수 있는 것들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랄 뿐이다.

최근 제주 마라도에서 본섬 제주 세계유산본부 보호시설로 이동한 고양이들이 있다.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옮겨 왔지만 44마리의 고양이들은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보호시설 컨테이너 안에 갇혀 있다고 한다.

먹기 위해 사육되는 동물들의 복지는 육식에 따르는 기후 위기와 공장식 축산에서의 위생 문제와 같은 맥락에서 고민해 봤건만 그 외의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고양이, 우리 제주의 말과 같은 동물들의 복지까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네들은 멀리 있었고, 가축은 매일 접해왔으니까…. 잘 몰랐지만 이제 알게 되었으니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 그네들의 복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편해도 배우고 알아가고 실천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다운 사람’에 조금이나마 더 가까워지는 길일 것이다. 매일 더 가까워지고 있기를…. 계속 노력하는 사람일 수 있기를….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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