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 석가사에서
대성 석가사에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4.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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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수필가

코로나19에서 느슨해지자 인도 성지 순례를 떠났다. 경기 불교 문화원 팀 12명과 동행하였다. 15박 16일의 순례는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인도를 택했다면 다른 데는 두려워서 발도 떼지 못했으리라.

인천 공항에서 만난 ‘상월 결사 108 순례단’은 부처님 가르침 되새기는 수행으로 43일을 순수하게 걸어서 갔다. 나는 일곱 시간을 버스 타는 일이 보통인 것은 다행스러웠다. 인도는 불교 발생국이어서 한국의 순례단은 당연히 참배하러 간다. 힌두교의 80% 넘는 교도 확장과 이슬람 세력의 침략으로 1% 정도밖에 남지 않은 불교도이니 낙후되었다. 가는 곳마다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휴게소도 없고 자연 화장실이라도 찾으며 차이 차 한 잔을 사 먹었다. 타지마할, 아잔타 석굴, 갠지스의 다비장과 항하사 모래 체험, 인도 북부 8대 성지를 순레하고 룸비니로 향했다. 

네팔 국경을 통과하기는 까다로웠다. 차량이 밀려 장시간 탑승했다. 세 번의 통과의례를 걸치자 출입국 관련만 두 시간을 넘겼다. 저녁 공양을 준비해둔 한국 절 대성사 스님은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고 계셨다.

가로등도 없고 어둠 속에서 스님과 네팔 안내원을 만나자 숨통이 트였다. 포교를 위해 절은 크게 지어졌으나 참배객이 많지 않아 낙후되었다. 룸비니 참배는 국경 간의 까다로움으로 인도 순례자의 반도 들리지 않나 보다. 한국 포교 절이 생긴 것에 큰 의의를 둘 뿐이다. 밤 9시가 넘어서야 저녁 공양을 하였다.

숙소는 잠자리를 탓할 것도 아니다. 4인 1실이어도 1인용 요를 깔고 습기가 올라오지 않게 단열재가 아래 있다. 이불은 2인용 너비로 무거운 솜이 들었다. 가지고 간 슬리핑 백을 요 위에 펴고 이불을 덮었다. 난방시설이 안 되어 슬리핑 백을 가져가라는 얘기를 들은 것은 다행이었다. 대신에 충전할 수 있는 전기 코드는 머리맡에 있다. 스님은 샤워만이라도 하게 4시간 정도 전기를 올렸으니 화상 입지 않게 주의하라는 말은 뜨거운 정으로 들렸다.

새벽예불 참석하려고 법당에 갔다. 숙소와 법당 사이 거리에도 옷에 물을 뿌린듯 축축해졌다. 어둠에 대충 직감하여 계단을 올랐다. 대웅전 천장에 둥그런 만다라 3개가 크게 그려졌다. 어디에도 없는 만다라 천장이다. 처음 보는 천장 광경에 목울대를 적신다. 수행도를 천장에 새기며 포교를 위해 고생하는 주지 스님이 불쌍하다.

법당 천장이 너무 높아 연등도 반쯤 아래로 내려졌다. 법당 크기에 비해 작은 부처님 세 분이 초라하다. 석가탄신일 등값을 미리 올렸다. 성지의 불가촉천민은 나의 보시 그릇이었다. 보름이 지나자 보시 그릇 채웠던 일이 나의 행복임을 알았다. 마음이 충만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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