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보며 배운 삶의 정신…이웃사랑 실천에 큰 도움"
"어머니 보며 배운 삶의 정신…이웃사랑 실천에 큰 도움"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04.03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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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으로 보는 '공동체 회복' 교훈]
오경희 정희직물 대표 4·3 이후 고향 재건한 어머니에게 봉사 정신 배워
2009년 만덕상 수상…"공동체 회복 기여 4·3 여성사 조명해야"

제주 4·3 이후 공동체 회복 역사에서 ‘여성’을 빠뜨려놓을 수 없다. 4·3 이후 여성들은 자녀 양육과 생업을 병행하면서도 폐허가 된 마을을 다시 세우며 제주 사회 공동체 회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본지는 제주 4·3 75주년을 맞아 4·3 당시 여성의 마을 재건 사례를 통해‘공동체 회복’의 교훈을 찾는다. [편집자 주]

 

지난 28일 제주시 아라동 구산마을 현경아 할머니 자택에서 만난 현경아 할머니 가족. 사진 왼쪽부터 큰사위 신상순씨, 현경아 할머니, 큰딸 오정희씨.

4·3 이후 폐허가 된 구산마을 재건에 앞장선 현경아 할머니의 큰딸 오정희 정희직물 대표(78)는 4·3 당시 배고프고 힘들었지만, 어머니인 현경아 할머니(102)에게서 배운 삶의 정신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오씨는 지난달 28일 본지와 만나 “4·3 때 생각하면 정말 어렵고 힘들게 살았지만, 어머니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배울 점도 많았다”고 말했다. 오씨의 어머니인 현경아 할머니는 4·3 당시 남편을 잃고 세 아이를 홀로 키우면서도 불타버린 구산마을 복구를 위한 사업을 도맡으며 마을 재건을 이끌었다.

오씨는 어머니가 마을 공동체를 복구하는 모습을 보며 봉사를 배웠다. 재능기부를 통해 한국 천연염색을 알리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 사업도 펼쳤다. 오씨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경제인 부문 만덕상을 받았다. 

이처럼 4·3 이후 마을 재건 과정에서 형성된 공동체의 철학을 후대에 잇기 위해서는 4·3 이후 마을 공동체 재건 과정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8일 제주 아스타호텔에서 열린 ‘제주 4·3 여성 유족 100인이 골암수다’ 포럼에 참여한 김윤숙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4·3 당시 여성의 생계 및 재건 활동을 재조명해야 한다. 여성들은 밭일과 물질, 장사 등 생계 노동을 통해 마을과 공동체 재건에 이바지했다”며 “4·3 역사의 의미 확장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강경숙 전 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해 12월 ‘여성의 삶을 통해 본 4·3의 의미와 과제’ 이슈브리프를 통해 “4·3 이후 여성들은 어려운 이웃의 돌봄과 생계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고받았다. 폐허가 된 가족과 공동체에 생명을 창조했고, 평화와 공존의 삶의 가치를 교훈으로 줬다”며 “이러한 가치는 오늘날 평화, 인권, 공존, 생태의 섬 제주’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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