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카츠(終活)…생전정리
슈카츠(終活)…생전정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4.0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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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자주 듣는 말은 고인(故人)이 타계하기전 주변 정리 얘기다. 그 가운데 최근 한 사례는 그야말로 ‘심쿵’이다. 유산 분할과 자산 처분 등을 티끌 하나 없이 말끔히 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의 사후에도 꼭 갚아야할 ‘마음의 빚’ 리스트와 지인들의 경조사를 꼼꼼히 가록하고 자식들에게 남겼다.

그 내용이 이런 식이다. “4·3사건 때 누구 누구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했는 데, 그 집에 무슨 일이 나거든 꼭 도와드려야 한다…”

“네 아들(고인의 손자) 결혼식에 아무개 아무개가 왔었으니 잊지말고 그 집 늦둥이 손자들이 결혼을 하면 꼭 찾아보아라…”

▲죽음을 멀리하고 생각하기 싫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행동도 많이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엔 우리 제주사회도 이제 ‘다사(多死)사회’로 진입한 때문인 것 같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제주지역 출생아수는 345명으로 작년 1월365명보다 5.4% 감소했다. 지난해 3월 -6.3%를 기록한 후 올해 1월까지 무려 11개월째 계속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사망자수는 올해 1월 448명으로 작년 1월보다 14.8% 증가했다. 2021년 5월이후 21개월째 증가세가 이어지고있다.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다사사회’가 됐다. ‘다사사회’는 2005년 일본에서 확산하기 시작한 용어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일본에서는 죽음을 건강할 때부터 생각하고,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를 인생의 마지막을 위한 활동, ‘슈카츠(終活)’라고 부른다.

슈카츠는 자식들이 불편해 하지 않도록 미리 장례 준비, 유산 상속 등을 준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죽음 전에 인생을 되돌아 보고 삶을 재발견하는 활동’ 혹은 ‘건강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활동’이라는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

사실 나이가 들면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지금까지 인생을 뒤돌아보고 죽은 후 남게 될 가족도 생각하게 된다. 친했던 지인, 도움을 받았던 은인을 회상해 보기도 한다.

젊었을 때 인생을 설계하는 것과 달리,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과 이루지 못한 꿈도 그려보면서 삶의 완성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슈카츠라한다면 우리는 이를 ‘생전정리’ 라고 할까.

▲모레(4월 5일)는 청명(淸明)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행사지만, 올해도 간단히 음식을 장만하고 가족들과 함께 동홍동 선산에 가기로 했다.

선산 언덕엔 벚꽃이 활짝 피었을까. 선산에 가서 조부모님과 부모님을 뵈옵고 돌아오면 어쩐지 마음이 가볍고 그렇게 편해진다.

하지만 대행사에 맡기고있는 벌초도 그렇고, 선산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 아마 자식대에 가면 정말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분묘들을 모두 ‘평장’으로 개장을 할까하고... 몇 해전부터 생각해오던 일을 또 다시 생각해봐야 하겠지.

이제 4월이다. 늙어가는 사람만큼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는 데, 왜 이리 정리해야할 일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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