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제주에는 어떤 곤충이 살았나
100여 년 전 제주에는 어떤 곤충이 살았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3.3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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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sect Fauna of Quelpart Island(제주도의 곤충상 1924)

527종 곤충 소개, 11종은 새로운 종
수집 루트 지도·채색 도판 등 가치 커
‘The Insect Fauna of Quelpart Island’(제주도의 곤충상 1924) 내용 첫 부분.
‘The Insect Fauna of Quelpart Island’(제주도의 곤충상 1924) 내용 첫 부분.

매년 늦가을 일본 도쿄 간다(神田)에서 열리는 고서축제 기간에 자료를 구하러 다니다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일본을 못 간지도 어언 만 삼 년이 넘어간다.

정 급한 자료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구할 수 있는 요즘 세상이라지만 직접 만져 보고픈 건 인지상정인지라 이제나 저제나 항공권 가격이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가기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틈나는 대로 우리 책방에서 소화할 수 있는 자료를 찾다 보니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 놈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좋은 자료야 널리고 널렸지만 내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못 한 게 제일 큰 문제였다. 투자 대비 이익이 조금이라도 더 날 수 있는 놈들을 많이 찾아야 좀 더 고가의 귀물(?)에 도전할 수 있기에 가성비 좋은 자료를 찾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그런 게 가물에 콩 나듯 한다. 다들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좋은 자료는 그만큼 판매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가격이라도 더 착한 놈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여지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기회조차 점점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전에는 자료는 좋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서 고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면 지금은 시장에 나온 게 딱 하나밖에 없어서 ‘지금 안 데려오면 이제 다시는 못 볼지도’라고 갈등하게 된다. 그러다 눈 딱 감고 질러서 입수된 자료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덧 그 ‘가성비’는 사라지고 흐뭇함만 남는다. 오늘은 그 흐뭇함 가운데 한 권을 소개해 보련다.

수집 루트가 표시된 제주도 지도
수집 루트가 표시된 제주도 지도

그 책의 책등에 적힌 제목은 ‘조선총독부권업모범장구문보고(朝鮮總督府勸業模範場歐文報告)’로 일제강점기에 농축산기술의 시험과 조사 및 지도 등을 위해 경기도 수원에 설치했던 권업모범장(후일의 농사시험장)에서 나온 외국어 보고서 제1호와 제2호를 합본해서 제본한 책이다. 그 중 1922년에 나온 제1호 ‘일본산 강도래목의 연구’라는 독일어 보고서는 그다지 관심 가는 자료가 아니었지만 합본된 1924년에 나온 제2호 영문 보고서가 바로 ‘The Insect Fauna of Quelpart Island’(제주도의 곤충상)였기에 바로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보고서는 당시 권업모범장 기사(技師)였던 곤충학자 오카모토 한지로(岡本半次郞)가 1922년 6월 26일부터 7월 9일까지 제주도에서 직접 채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1920년 5월 20일부터 6월 7일까지 수집된 이노우에(C. Inouye)의 수집품과 이노우에가 전해 준 수집 일자 미상의 제주공립농업학교 수집품, 1922년 8월 제주에 사는 저자의 친구인 마츠세(Y. Matsuse)가 수집한 자료를 참고해 작성한 것이다.

비록 나비박사로 유명한 석주명 선생에게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지만 소개된 곤충이 나비목 228종, 딱정벌레목 168종 등 총 527종(그 중 11종은 새로운 종)이나 되는 본문 내용과 함께 수록된 다양한 도표와 수집 루트를 표기한 지도, 특히 눈 앞에 살아있는 듯 알록달록한 100여 년 전 제주도 곤충들의 채색 도판은 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고 하겠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1847년 테이텀(Tatum)의 논문 이래 그간 알려진 5108종의 제주도 곤충을 집대성한 정세호 박사의 ‘제주도 곤충총서’(전 5권,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2019)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채색 제주도 곤충 도판
채색 제주도 곤충 도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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