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유리천장 깨기
세계 여성의 유리천장 깨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3.3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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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제주대 사회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논설위원

지난 수 세기 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은 많은 차별과 편견 속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왔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민주주의 문화가 정착되고 의식 수준이 선진화되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은 많이 해소되고 있지만 수많은 여성이 여전히 차별과 불평등의 그늘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유엔총회의 유엔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세계 곳곳에서 여성 인권은 학대당하고 위협받고 침해되고 있다”라면서 “성평등을 실현하려면 30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가 곧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점을 세계 각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잘 알고 있겠지만 오랜 문화적 관행을 타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이슬람 세계에서는 오히려 여성의 사회 참여가 퇴보하고 있다. 

지난해 이란에서 발생한 일명 히잡 시위는 쿠르드족 출신의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체포된 후 사흘 만에 의문사하면서 촉발되었다. 

아미니의 의문스러운 사망 직후 고향인 쿠르드족 거주 지역에서부터 도덕 경찰에 대한 항의 시위가 발생했고 이란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이란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많은 사망자도 발생했다. 시위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다. 전 세계 일부 정치인과 유명 배우들도 이란 시위 연대에 동참했다. 일부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히잡을 쓰고 벗는 자유조차도 제약받는 여성 인권 유린의 슬픈 모습을 보면서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은 또 어떤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남녀 고등교육 격차, 소득 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비용,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을 산출해 평가해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29개국 중 29위다. 평가를 시작한 2013년부터 한국은 11년째 꼴찌다.

OECD 주요국 여성 관리자 비중도 한국은 35위로 최하위다. 거기다가 남녀 소득 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관리직 여성 비율,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까지 모두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여성들이 최고위직으로 오르는 승진 단계, 즉 기회 균등에서도 한국 여성들은 다른 선진국 여성들보다 심각한 소득 불평등과 차별을 겪고 있다는 것인데 선진국도 여성들도 차별과 소득 불평등에서 예외는 아닌가 보다. 

컨설팅업체 매켄지와 여성단체 린인(Lean In)이 2021년에 미국 내 400여 개의 여성 직장인 120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 내 여성’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신입직원 100명이 관리직급으로 승진할 때 백인 여성 87명만이 관리직급으로 승진했고 유색인종 여성은 82명으로 더 낮았으며 성차별과 인종차별까지 있다는 분석을 내놨으니까. 

직장 내 다양성과 평등을 촉진하는 조직으로 알려진 이퀼립(Equileap)이 전 세계 23개 선진국 378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 최고경영자 비중은 6%에 불과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닝스타는 여권 신장이 지금 같은 속도라면 직장 내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시점이 2060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성의 사회적 진입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으로 둘러싸인 두꺼운 유리천장을 부수어야만 함께 멀리 갈 수 있으며 자유롭고 정의로운 평등한 사회가 구현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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