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는 진실을 인정할 때에만 가능하다
화해는 진실을 인정할 때에만 가능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3.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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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전 성공회대 교수·논설위원

‘제주 4월 3일 대사건’은 단순히 ‘제주 4월 3일 사건’이라고 줄여 부를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엄청난 규모의 역사적 대사건이다. 이제 그 지긋지긋했던 대학살극과 역사 날조, 사실 부정과 국가 망각, 역사 왜곡과 모욕, 허위와 기만, 부정의를 훌훌 털고 일어설 때이다.

지난 1999년 대한민국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의해 의결돼 2000년부터 제정, 시행되고 있는 ‘제주 4월 3일 대사건(Jeju April 3rd Events)’ 관련 특별법은 ‘제주 4월 3일 사건’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있는가? ‘제주 4·3 사건’이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말하자면 ‘제주 4월 3일 대사건’은 1947년 3월 1일에 미군정 산하 경찰들이 저지른 관덕정학살로부터 1948년 4월 8일에 일어난 소요사건 뿐만 아니라 이런 사건들로부터 7년 7개월 동안의 무력 충돌과 미군정과 이승만 시대의 군대와 경찰에 의한 진압과정에서 제주섬 주민 다수가 희생당한 사건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사건들을 모두 통칭하고 있다. 즉 ‘4월 3일 대사건’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이 4·3 특별법은 단순히 ‘1948년 4월 3일 소요사건’에만 국한된 특별법이 아니다.

또한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제주 4월 3일 대사건’은 수만의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집단희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된 4월 3일 대사건 관련 특별법의 입법취지는 먼저 진상규명을 하고 이에 따라 명예와 피해회복까지 다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행정부와 사법부도 이런 민간인 집단희생 인사들의 명예회복과 피해회복을 위해 나름대로 힘을 다같이 해 왔다. 4월 3일 대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3년 동안 조사를 하여 발표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북한 김일성이 4월 3일 소요사건에 개입했다거나 북한 지시나 사주 증거를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증거를 찾을 수 없는 건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2022년 들어서서 검찰이 나서서 군사재판 희생 인사들을 위해 직권재심을 요청할 뿐만 아니라 일반 재판 피해 인사들에게 까지 직권 재심 청구를 확대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은 4월 3일 대사건 관련 특별법 전부 개정이전에 이미 군사재판 수형인사들을 사실상 무죄 선고할 정도로 4월 3일 대사건의 정의로운 해결을 선도하는 획기적인 명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지난 23년 동안 시행, 운영되고 있는 제주4월 3일 대사건 관련 특별법 상에서 정의한 대로 이 역사적 사건을 이해하지 못하고 1948년 4월 3일 소요 사건에만 국한해 역사상 일어난 일도 없는 있지도 않은 일을 갖다 붙여 새빨간 거짓말로 제주도민과 대한민국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진실을 거짓으로 바꾸어 화해를 불화로 뒤집고 이행기 정의 확립을 가로 막고 역사 부정과 대립과 긴장을 일으키며 자기 지지 세력을 규합하는데 역사적 부정의를 소환하면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보수 우익세력, 반공극단주의집단을 끌어 모으려고 부심하고 있다. 가해 집단의 후예들은 1950년대 냉전시대의 불화와 적대를 반복하고 싶어 안달이다. 입으로는 자유를 내세우면서 다른 이들을 부자유속으로 밀어 넣으려 거짓말을 또 다시 만들고 있다. 이 엄연한 대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면 할수록 피해자의 인권 회복과 권리 보장의 길은 험하고 낯설고 멀기만 할 것이다. 4월 3일 대사건 관련 인사들이 당한 무지막지한 인권침해에 대해 대한민국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피해자 중심주의에 근거한 진상규명과 피해회복 조치는 너무나 정당하고 합리적이며 순리적인 경로를 차분히 밟아온 대서사이다. 화해와 치유는 진실을 마주하고 인정할 때에만 가능한 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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