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주년 추념식 앞두고 4·3 현수막 논란 확산
75주년 추념식 앞두고 4·3 현수막 논란 확산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3.03.23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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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당 및 단체의 현수막(아래) 게시에 대응해 김한규 국회의원이 ‘4·3 영령이여, 저들을 용서치 마소서. 진실을 왜곡하는 낡은 색깔론, 그 입 다물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위)을 게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보수 정당 및 단체의 현수막(아래) 게시에 대응해 김한규 국회의원이 ‘4·3 영령이여, 저들을 용서치 마소서. 진실을 왜곡하는 낡은 색깔론, 그 입 다물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위)을 게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제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을 열흘 앞두고 일부 단체들이 내건 ‘현수막’이 지역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23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4·3을 다시 통한의 과거로 끌어내리는 ‘역사 왜곡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피력했다.

우리공화당,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등 4개 보수 정당과 자유논객연합 등은 ‘제주 4·3은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해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 폭동’이라는 내용의 현수막 80개를 도내 곳곳에 내걸었다.

특히 다음 달 3일 제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봉행되는 4·3평화공원 진입로 등에도 해당 현수막을 설치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도내 3개 기관장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추념식을 앞둔 시기에 4·3이 맹목적인 이념 사냥의 표적이 되고 있어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4·3의 아픔과 고통은 70여 년 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난무하는 증오와 적대는 4·3을 통한의 과거로 끌어내리고 있다. 우리 세대에서 고통을 끝내고, 이제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일으키고, 역사를 왜곡하는 현수막을 내려달라”며 “4·3이 당당한 세계 속의 역사이자, 인류의 유산임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제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을 경건하게 치러내겠다”고 피력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 각 4·3 기관·단체들도 같은 날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태영호 국회의원이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출마했을 당시 4·3을 김일성 지시설로 덮어씌우더니, 극우 보수 정당과 단체들이 제주 전역에 4·3을 악의적으로 왜곡·선동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분노와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며 “4·3을 왜곡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정당과 단체에 엄중히 경고한다. 4·3의 진실을 왜곡하고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는 악의적인 선동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보수 정당·단체의 현수막 게시 논란은 국회로도 확산했다.

송재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은 23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과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을 향해 “4·3 75주기를 맞이하는 오늘날 일각에서는 아직까지도 공산 폭동을 운운하면서 정쟁의 소재로 다루려는 불온한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보수 정당·단체가 제주 전역에 게시한 현수막을 찍은 사진을 제시하면서 “4·3이 공산 폭동이라는데 (김광동) 위원장도 여전히 동의하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김한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은 ‘4·3 영령이여, 저들을 용서치 마소서. 진실을 왜곡하는 낡은 색깔론, 그 입 다물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게시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김 의원은 “4·3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망발을 해도 여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는 국민의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국민의힘이 책임져야 한다”며 “정당 현수막이라 철거를 못한다는 선관위 해석을 듣고 분노를 담은 현수막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피력했다.

한편 논란의 현수막 설치에 참여한 자유논객연합 측은 “23일 4·3평화공원 앞에 설치한 현수막 2개가 훼손됐다. 찢어진 4·3 현수막은 ‘찢어진 진실’을 대변한다”며 “현수막 훼손자를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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