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상의 날] 제주 생태계 바뀌고 계절 무너져…2100년엔 여름 211일
[세계 기상의 날] 제주 생태계 바뀌고 계절 무너져…2100년엔 여름 211일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03.2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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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최전선 제주 현주소 (상)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에 기후 위기가 닥쳤다. 제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제주의 연평균기온은 1924년 14.1도였으나 2021년에는 17.5도로 0.24도 상승했다. 전국의 연평균기온은 1924년 12.0도에서 2021년에는 14.5도로 0.23도 올랐다.

이는 제주도의 기후 변화가 전국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23일 세계 기상의 날과 제주 기상관측 100년을 맞아 우리나라 기후위기 최전선에 서 있는 제주의 기후 변화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밥 먹듯 갈아치우는 폭염 기록

역대 제주도 연 평균기온 순위를 살펴보면 상위 10위 내에 2000년 이후가 8번이나 포함돼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속적인 기온 상승 추세가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1998년을 제외하곤 상위 5위 기록은 모두 2010년 이후였다. 2021년 평균기온이 17.2도로 가장 높았고, 1998년 16.8도, 2022년 16.7도, 2019년 16.6도, 2016년 16.6도 순이었다.

여름철 평균기온 순위도 2022년(26.0도), 2017년(25.9도), 2013년(25.7도), 2021년(25.5도) 순으로 높았다. 

이와 맞물려 폭염일수 순위도 2013년 13.5일, 2017년 11.8일, 2022년 9.3일 순으로 많았다. 

열대야 일수 순위는 2013년 44.6일, 2022년 42.5일, 2018년 41.8일 순으로 2010년도 이후 집중됐다.

반면 일최저기온 최저 순위는 1977년 2월 16일 영하 6도, 1977년 2월 15일 영하 5.9도, 2016년 1월 24일 영하 5.8도, 1931년 1월 10일 영하 5.7도, 1981년 2월 26일 영하 5.1도 등 모두 2000년대 이전이었다.

서귀포 남쪽 바다에서 빛단풍돌산호(사진 왼쪽)가 큰수지맨드라미 군체의 기둥 부분을 파고든 모습. 녹색연서귀포 남쪽 바다에서 빛단풍돌산호(사진 왼쪽)가 큰수지맨드라미 군체의 기둥 부분을 파고든 모습. 녹색연합 제공.
서귀포 남쪽 바다에서 빛단풍돌산호(사진 왼쪽)가 큰수지맨드라미 군체의 기둥 부분을 파고든 모습.녹색연합 제공.

▲기후 위기 닥친 제주…생태계 바뀌고 계절 무너져

기후 위기가 닥친 제주지역 생태계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제주바다 산호 서식지 모니터링 결과 서귀포 남부 해역인 섶섬, 문섬, 범섬 일대에서 열대·아열대 경산호인 ‘빛단풍돌산호’ 서식지가 대규모로 확산한 것을 확인했다.

녹색연합은 특히 빛단풍돌산호가 기존 제주바다에 형성된 연산호와 서식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천연기념물 제442호로 지정된 제주 연산호 군락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열대·아열대 산호 면적이 확산하는 이유는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 원인으로 추측된다. 서귀포의 평균기온은 과거 30년(1961~1990년) 대비 최근 10년(2011~2020년) 동안 15.9도에서 16.9도로 1도 올랐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제주 연안 아열대 어종 출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통발과 자망을 이용한 어획 시험을 진행한 결과 포획된 177종·2만5446개체 어류 중 아열대 어류는 74종·10만226개체였다. 전체 어종 대비 아열대 어종 비율이 42%에 달했다. 

지난해 열대성 조류인 큰부리바람까마귀가 국내 처음으로 마라도에서 발견되는 등 열대성 조류의 출현도 빈발하고 있다.

4계절이 사라진 제주의 ‘계절 붕괴’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이 지난 50년(1973~2022년)간 초겨울(12월)과 늦겨울(다음 해 2월) 평균 기온을 분석한 결과 초겨울이 늦겨울보다 추웠던 해는 9번 있었다.

특히 2000년 이전(1973~1999년)에는 늦겨울보다 초겨울 평균 기온이 낮았던 해가 한 번에 불과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8번에 달해 초겨울 기온이 늦겨울보다 낮은 ‘역전 현상’ 경향이 뚜렷해졌다.

▲IPCC “기후위기 골든타임 10년” 경고

기상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지역별 기후변화 전망 결과에 따르면 현재 수준과 유사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할 경우 21세기 후반기인 2081~2100년 제주지역 연 평균기온은 21.9도로 현재 16.1도보다 5.8도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129일인 여름은 82일 늘어 211간 여름이 지속되고, 여름 시작 시점도 4월 17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평균기온 상승에 따라 폭염일수도 현재 4.8일에서 76일로, 열대야 일수는 22.5일에서 103.3일로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인 IPCC는 지난 20일 스위스에서 제6차 평가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기후위기를 해결할 골든타임은 10년”이라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경고했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IPCC 제6차 보고서의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온실가스가 저감 없이 배출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 5-8.5)에서 해수면 높이는 2050년까지 25cm, 2100년에는 82cm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시 지역 해수면은 최근 33년간 9.6cm 상승했고, 서귀포시 지역 해수면은 최근 33년간 9.54cm 높아졌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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