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國’…그리고 韓日의 미래
‘雪國’…그리고 韓日의 미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3.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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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코로나19로 미루었던 일본 혹가이도(北海道) 여행길에 올랐다.

혹가이도로 겨울 여행을 떠난 것은 순전히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소설 ‘설국(雪國)’ 때문이었다.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1968년 노벨문학상작이다.

이 소설을 대학시절 그가 타계한 해에 읽었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긴 터널을 지나 ‘설국’에 가리라.

그리고 온천에 쏟아지는 눈을 맞으면, 무언가 큰 인생의 경계를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했다.

하지만 혹가이도에 도착한 밤.

‘설국’은 저만치 반세기 전 고전(古典)이 돼있었다.

▲혹가이도는 야스나리가 소설을 썼다는 료칸이 사라졌듯이 그 서정(抒情)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서운한 마음에 노보리베츠에 내리는 분 가루같은 눈을 보며 한동안 ‘눈멍’을 했다.

혹시 누가 알까.

반세기(半世紀) 전에 머물렀던 내 생각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나 혹가이도에 간 것은 잘했다.

야스나리가 아니어도 좋았다.

혹가이도는 어디를 가나 한국인들로 만원이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높은 ‘재방문율’을 자랑하고 있어서 부러웠다.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는 혹가이도에 끌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렇게 야스나리의 설국과 이별을 하고 돌아왔는데, 지금 ‘우리의 4류’들은 한 세기도 더 전의 역사 논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놓고 ‘매국외교’, ‘제2의 이완용’ 등 벼라별 말을 다한다.

이런 식이라면 김대중 대통령은 제2의 이완용이 아니라 이완용 할아버지쯤 된다.

1998년 DJ는 취임하자마자 일본을 방문했다.

전임 YS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며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때다.

일본 천황과의 만찬에서 DJ는 일본측이 원하는 대로 “천황 폐하”라고 했다. DJ의 참모들은 경악했지만 DJ는 한걸음 더 나갔다.

일본 메이지 유신의 사카모도 료마에게도 존경을 표했다.

그렇게 DJ는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나라를 살려냈다.

▲혹가이도에서 마지막 날은 한국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오타루에서 보냈다.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무대다.

오타루를 배경으로한 이 소설이나 영화를 나는 읽지 못했고,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오타루에서 K팝을 함께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은 이제는 과거를 뒤로 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지난 역사를 잊자는 얘기가 아니다.

DJ도 훗날 “(천황폐하 운운은) 전적으로 나의 의지였다”며 과거 역사 때문에 미래를 위한 교류를 막지 말라고 당부했다.

미래로 가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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