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제주 임업·명승고적 소개한 사진첩
일제강점기 제주 임업·명승고적 소개한 사진첩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3.1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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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진첩(濟州寫眞帖 1929)

제주도삼림조합이 1929년 편집·간행
알려지지 않은 자료 많이 담겨 가치 커
제주사진첩(濟州寫眞帖 1929) 표지.
제주사진첩(濟州寫眞帖 1929) 표지.

해마다 봄과 가을이면 전국의 박물관이나 기념관, 문학관 등에서 필요한 자료를 수집한다는 공고가 나온다. 대부분 어느 지역이나 특정한 분야를 대표하는 기관들이기에 각 기관별로 원하는 자료가 특정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 같은 헌책방에 어느 지역이나 분야를 연구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입수되면 ‘이 자료는 어느 기관에 주면 좋겠다’는 요량으로 갈무리해 놓았다가 해당 기관에서 공고가 나면 냉큼 ‘이런 자료가 있소’하고 제안서를 제출한다. 그렇게 준비된 자료가 제안하는 대로 모두 채택되는 건 아니지만 그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해 매출에 주는 영향이 크다 보니 해당 기관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자료를 모으는 게 우리 같은 헌책방의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좋은 자료라는 게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뜻밖의 장소에서 우연히 귀물(?)을 아주 착한 가격에 만나는 경우도 가끔은 있지만 발품을 팔수록 만날 확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고 꼭 입수하고 싶은 자료를 만났다고 다 매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수집을 취미로 할 때는 자료에 대한 만족도에 방점이 찍혔지만 이젠 ‘호구지책(糊口之策)’이다 보니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큰돈을 써서 매입했다가 채택 안 될 경우 예상되는 경제적인 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저지르고 보는 자료도 있다. 그 순간만큼은 ‘이런 자료를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하는 수집가 모드로 변하기에 안사람의 매서운 핀잔도 두렵지 않은 까닭이다.

1928년에 찍은 한라산 영실과 백록담 부분.
1928년에 찍은 한라산 영실과 백록담 부분.

이번 상경 길에도 우리나라에서 고가(高價)의 좋은 자료 많기로 유명한 한 헌책방에서 그런 자료를 만났다. 내 기준으로는 살 떨리는 가격임에도 앞뒤 안 가리고 예의 ‘지금 안 데려가면 다시는 못 볼지도’하는 심정으로 매입하고 말았다. 오늘은 그 자료를 소개해 보련다.   

바로 ‘제주사진첩(濟州寫眞帖)’이다. 일제강점기 제주도삼림조합(濟州島森林組合)에서 제주도의 임업 및 일반산업과 일부 명승고적을 세상에 소개하고자 1929년에 편집 간행한 자료다. 서문에 따르면 이 사진첩은 앞서 발간한 소책자인 ‘제주임업(濟州林業)’의 자매편으로 모두 68매의 제주도 관련 사진을 수록하고 있다.

삼림조합에서 발간한 사진첩이기에 1920년대 제주도 도내 곰솔(黑松)과 삼나무 등의 묘목을 생산하는 묘포(苗圃)와 인공 조림장(造林場) 현황 등 도내 임업 관련 자료가 상당수 있지만 제주 도청(島廳)이나 신사(神社), 삼성사(三姓祠), 병문천과 용연, 천지연과 정방폭포 등 다수의 명승고적 사진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그 외에도 1928년에 찍은 한라산 영실·백록담·철쭉지대 모습과 동백기름·퇴비·망건 제조나 해녀 물질, 산지항에 입항하는 기선(汽船)과 제주 측후소 전경 등도 포함하고 있다.

그 중에는 가죽모자와 가죽옷을 입은 화전민(火田民)과 같이 지금까지 발간된 일제강점기의 제주 모습을 담은 화보집 등에 소개된 사진도 일부 포함하고 있지만 당시의 제주도삼림조합 임직원 단체사진이나 한라산 성판(城板) 약수(藥水) 목욕 장면과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자료들이 많이 수록돼 있어 그 가치가 높다고 하겠다.

온전히 내 것이 된 지금에서야 ‘뒷일’이 조금 걱정스럽긴 하지만 다시 보아도 여전히 귀물이라 만족도만큼은 최고인 자료다.

제주도삼림조합 임직원 단체사진.
제주도삼림조합 임직원 단체사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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