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가족사진 못 찍어”…제주대병원 투약 오류에 아이 잃은 부모의 절규
“더 이상 가족사진 못 찍어”…제주대병원 투약 오류에 아이 잃은 부모의 절규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03.16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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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뒤 투약 오류로 12개월 영아 숨져
숨진 영아 부모 증언 나서 당시 의료진 엄벌 재판부에 촉구
의료진 객관적 사실관계 인정하면서도 법리적 평가 다퉈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한 뒤 의료진의 투약 오류로 숨진 12개월 영아의 부모가 법정에서 의료진을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16일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제주대학교병원 50대 수간호사 A씨와 20대 간호사 B씨, C씨에 대한 네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투약 오류로 숨진 영아의 아버지는 증인으로 나서 “아이가 떠나고 나서 아이 엄마는 자동으로 육아휴직이 종료돼 회사로 한 달 이내 복귀했어야 했고, 6년 동안 정을 붙였던 그 회사에서 퇴사해야 했다”며 “쌍둥이 동생을 위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동네에 사는 다른 가족과 아무렇지 않은 날도 모여 사진을 찍곤 했는데 더 이상 가족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됐다. 이 사실은 지금까지도 저를 정말 힘들게 한다”며 “이 일 이후 절대 어떠한 의료진도 사람 생명을 가지고 잣대질하지 못하도록 엄벌해 달라”고 강조했다.

투약 오류로 숨진 영아의 어머니 또한 증인석에 서서 “아이가 병동을 바꾸는 과정에서 간호사들이 오투약 사실을 알았다는 걸 CCTV로 확인했을 때 너무 울분이 차고 화가 나고 저 자신이 너무 미웠다”며 “그렇게 저는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사망과 유기 사이 인과관계를 부인하면서 아이와 저희에게 더 큰 고통을 줬다”며 “의료사고 은폐라는 선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들 간호사는 지난해 3월 11일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한 생후 12개월 영아에게 투약 오류를 범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투약 오류를 숨기기 위해 의료기록지 내용을 수정하고 삭제한 혐의도 있다.

당시 주치의는 이 영아에게 에피네프린 5mg을 물에 희석해 들이마시도록 처방했으나 간호사는 정맥주사로 에피네프린을 투약했다. 이 영아는 급성 심근염을 일으켜 숨졌다.

A씨는 오투약 발생에 대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오투약 사고 발생 이후 대처가 부실했던 점만을 인정하는 중이다.

담당 간호사였던 B씨는 당시 오투약을 한 수행 간호사 C씨에게 특이사항을 전달하지 않은 점과 오투약 발생 이후 업무상 과실만을 인정했다. 오투약 이후 간호일지 미작성 등 유기 행위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에피네프린을 오투약한 수행 간호사 C씨 또한 오투약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했으나 이후 간호일지 미작성 등 유기 행위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 간호사들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7일 열린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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