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주정공장 옛터, ‘4·3 기억의 공간’으로 재탄생
제주 주정공장 옛터, ‘4·3 기억의 공간’으로 재탄생
  • 김동건 기자
  • 승인 2023.03.13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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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13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개관식 개최
주정공장...수용후 암매장·수장 등 아픔 간직 공간
유족 "공간 조성 감사...관광객 방문 등 지원 필요"
13일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주정공장 옛터 일대에서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개관식’이 열린 가운데 주요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김동건 기자.
13일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주정공장 옛터 일대에서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개관식’이 열린 가운데 주요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김동건 기자.

제주 4·3 당시 최대 규모의 민간인 수용소였던 주정공장 옛터가 4·3희생자와 유족을 위한 치유의 공간이자 후손들의 역사교육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3일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주정공장 옛터 일대에서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개관식’을 개최했다.

동양척식회사가 직영한 제주 주정공장은 1943년에 준공돼 1970년대 말까지 가동된 도내 가장 큰 산업시설 중 하나로, 4·3 당시 민간인을 가두는 수용소로 이용됐다.

수용자들은 혹독한 고문과 열악한 환경으로 숨지거나 일부는 석방되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전국 각지 형무소로 이송돼 한국전쟁 직후 행방불명됐다.

특히 주정공장 고구마 창고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예비 검속으로 끌려온 주민들을 감금하는 장소로 쓰이는 등 4·3의 아픔을 간직한 장소다. 예비 검속된 사람들 상당수는 정뜨르 비행장 부근에서 총살돼 암매장되거나 돌에 묶인 채 제주 앞바다에 수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주정공장 옛터 일대에서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개관식’이 열린 가운데 주요 참석자들이 4·3역사관 내부를 관람하고 있다. 임창덕 기자.
13일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주정공장 옛터 일대에서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개관식’이 열린 가운데 주요 참석자들이 4·3역사관 내부를 관람하고 있다. 임창덕 기자.

유족들은 4·3을 기억하는 공간이 조성된 것에 대해 고마움과 함께 제주도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유족 이대진씨(85)는 “4·3의 아픈 기억을 되돌아보면 후손들에게 그 역사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 역사관이 도민뿐만 아니라 관광객 등이 많이 방문해 4·3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제주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에서 4·3희생자들의 아픔을 돌아보고,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과정을 후손들이 착실하게 밟아나가겠다”며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 다랑쉬굴 진혼공간 조성사업 등 4·3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고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는 다양한 사업들을 끊임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축사를 통해 “4·3 당시 참혹한 감옥인 주정공장은 도민들이 삶과 죽음의 마지막 갈림길에 섰던 운명의 현장이었다”며 “한 맺힌 절규의 역사 현장이 온 국민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교육의 공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13일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주정공장 옛터 일대에서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개관식’이 열린 가운데 주요 참석자들이 4·3역사관 내부를 관람하고 있다. 김동건 기자.
13일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주정공장 옛터 일대에서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개관식’이 열린 가운데 주요 참석자들이 4·3역사관 내부를 관람하고 있다. 김동건 기자.

한편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은 주정공장 옛터 일대에 지상 1층과 지하 1층 규모로 들어섰다. 4·3역사관 내부에는 상설전시실과 추모의방 등, 외부에는 위령조형물과 도시공원 등이 조성됐다. 총 사업비는 50억원이다.

4·3역사관에서는 사전 예약을 통해 4·3유적지해설사와 문화관광해설사 등의 해설도 들을 수 있다. 4·3역사관은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김동건 기자  kd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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