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사람' 교통 패러다임 전환, 관건은 "의지" 
'차량→사람' 교통 패러다임 전환, 관건은 "의지" 
  • 이창준 기자
  • 승인 2023.03.12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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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린웨이' 교통정책, 제주에 질문을 던지다 (하)
"교통난 해답은 대중교통"…"신교통수단 도입 대신 버스 활성화부터"
"기후위기 최전선·사회적 비용도 커…차량 중심 정책, 이젠 바꿔야"
자전거·보행 그린웨이 확장 뉴욕, "세계적 흐름…중요한 건 의지"
뉴욕시 맨하탄 브릿지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 전, 후 모습. 사진=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뉴욕시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시책’ 자료.

제주의 교통난 문제는 대중교통으로 풀어야 하며, 대중교통 운영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신교통수단의 도입은 섣부르단 지적이다. 차량 중심 교통정책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제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사람 중심 친환경 교통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7일 만난 교통,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그린웨이를 확장하는 뉴욕시의 움직임이 시대적 흐름이라며 관건은 행정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교통난 해소·교통정책 뼈대는 대중교통…신교통수단 도입 일러"

교통난 해소는 차도 확장이 아닌 대중교통으로 풀어가야 하며 대중교통이 모든 교통정책의 기반이 돼야 한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동의했다.

신명식 제주교통연구소 소장은 "제주 교통난이 문제라는 것은 모든 도민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답은 쉽다.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면 된다. 서울처럼 버스가 편하면 자가용을 탈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버스 운행의 핵심은 정시성이고 정시성의 핵심은 중앙차로인데 정류장간 거리 등 개선점이 많다. 또 급행과 완행의 구분이 안되는 것, 운수종사자들의 자세도 개선돼야 한다. 지금 갈 길이 멀다"고 꼬집었다.

또 "선진 국가의 교통정책 기반은 모두 대중교통이다"라며 "그런데 제주는 이게 불안정하니 어떤 정책이 나와도 중구난방식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명환 도시재생지원센터 원장은 "교통난이 심각한 세계 대도시들은 효율적인 버스 운영을 고민하고 있다"며 "그 결과 중앙버스차로제를 2세대까지 개발했다. 차선 하나가 생기니 보행로, 자전거 도로로 사용하며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차도 확장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로 모습. 사진=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뉴욕시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시책’ 자료.

트램 등 신교통수단 도입은 버스 운영이 안정화된 이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 소장은 "대중교통 체계 개편의 주 목적은 도심지 교통난 해소다. 트램 도입은 이 계획이 안정적으로 수립된 이후 논의하는 게 맞다"며 "트램 자체를 부정하진 않지만 지금 선제적 해결 과제가 잘못 설정됐다"고 설명했다.

◇기후재난 역행, 사회적 비용도 커…"차량 중심 패러다임 전환해야"

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 최전선 제주의 시급한 일은 탄소 절감이라며 차량 운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기후재난은 북반구의 경우 남쪽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제주도가 시작점이고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육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탄소 절감뿐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차량 운행을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자동차가 많아지니 도로가 막히고 그래서 차도를 넓히고 통행이 수월하니 다시 교통량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도로 확장, 주차장 건설은 차를 타라고 유도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적어도 도심 내에선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한다. 걷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가로수 운동을 해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제성마을 인근 차도 확장 공사로 보행로가 사라진 모습. 

차량 중심 교통정책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 원장은 "자동차를 움직이는 사회적 비용을 계산하면 대략 연 2조원이다. 한 사람 평균 7~800만원"이라며 "대중교통이 활성화 되면 100만원 이하로 줄일 수 있다. 공공기관이 개인의 경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보행로·자전거 도로 확장 뉴욕시, "시대적 흐름…행정 의지가 관건"

사람 중심 친환경 교통정책으로의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홍 원장은 "5년 전부터 세계 각국의 차량 중심 교통정책이 사람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고 자리도 잘 잡아가고 있다"며 "보행로, 자전거 도로 조성은 어디나 힘들다. 그러나 파리는 최근 3년간 시장의 의지로 이면도로 중심의 보행로를 확장하고 있다. 암스테르담도 자전거 분담률을 50%까지 높였다. 행정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시와 제주도의 자전거 도로 비교 사진.
뉴욕시와 제주도의 자전거 도로 비교 사진.

김 국장은 제주도가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주장에 대해 "핑계다. 지형이 더 기형적이고 날씨가 더 변덕스러운 홍콩에서조차 자전거 도로를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도 "기후위기 시대, 걷지 않는 제주도민들에게 자동차 위주 교통정책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미래 가치를 생각한다면 교통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행정이 먼저 나서야 도민들도 공론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제주도에서 이런 비전을 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창준 기자  luckycjl@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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