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에서 생긴 일
오일장에서 생긴 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3.1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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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논설위원

어느 이른 봄날, 오일장터는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나는 간혹 그곳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아내와 같이 오일장을 찾았다. 아내는 오일장에는 좀처럼 가지 않으려고 해서 이번 나들이는 내가 졸라 같이 가자고 해서 갔다. 이번 기회는 나에게는 특별한 부부 동반 외출의 기회이기도 하였다.

집에서 오일장터 까지 승용차를 몰고 종합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서 장터로 가는데 가까운 곳에는 시골에서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몸소 캐서 온 봄나물이랑 어릴 적에 많이 봐 왔던 채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주로 나이가 많이 드신 노인들이 점포 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저곳을 보면서 걷는 장터의 풍경은 정답기도 하였다. 이곳에는 시골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서로 얘기를 하며 간혹 웃음을 짓는 모습이 좋게 느껴진다. 채소를 파는 장터를 지나면 꽃을 파는 매점이 나타난다. 나는 언제나 그곳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탐스러운 꽃들을 바라보면서 집의 베란다를 생각하곤 한다. 아내가 말려서 이윽고 그곳을 떠나게 된다. 왁자지껄한 각 점포들을 지나니 호떡을 파는 곳이 나타난다. 시장에서 호떡을 입에 물고 다니는 것도 나에게는 좀처럼 귀한 일이기도 하다. 아내와 하나씩 간식거리로 종이에 받쳐 들고 맛있게 먹는다.

나는 오랜만에 옥돔 국을 끓여 먹는 생각을 했다. 어물전(魚物廛)으로 향했다. 싱싱한 어류들이 전시가 되어 있는 어물전에 도착을 해서 보니 아내가 없다. 나 혼자서만 정신없이 어물전에 도착을 한 것이다. 아내가 없어진 것도 전혀 모른 채 혼자 그곳에 도착을 한 것이었다. 핸드폰으로 찾으니 통화 중이다. 혹시 나를 찾아 전화를 하는 것이겠지 하고 기다리니 아니나 다를까 곧 전화가 왔다. 역시 나를 찾는 전화이다. 목소리 높여 어딘지를 묻는다. 아내에게는 옥돔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일어나 일이다. 사실을 말하고 아내가 말한 곳으로 내가 움직였다. 아내는 오일장의 지리에 대해선 캄캄한 편이다. 오일장에는 주로 나 혼자서 다니는 편이라서 아내는 이곳의 지리에 대해서는 모르는 편이다. 그래서 간혹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언제나 나와 꼭 붙어 다녀야만 한다.

아내와 같이 다시 어물전으로 도착을 했다. 싱싱한 옥돔이 전시가 되어 있는 곳으로 가서 옥돔을 구입하려고 얼마냐고 물으니 큰 옥돔 두 마리에 6만5000원이라는 것이다. 아내는 비싸다고 하면서 사지 않겠다고 하자, 아주머니께서는 ‘아따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주는데, 산 사람 말을 안들어 줍니까? 그러다가 세상을 하직하면 나중에 크게 후회를 합니다’ 라고 말을 한다. 아내는 깜짝 놀라면서 나를 바라본다. 이런 말을 들을 만큼 내가 잘못한 것인가? 라는 눈치이다. 나는 ‘그것 봐! 아주머니 말처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사자’ 라고 말을 하자 그제서야 아내가 허락을 한다. 그곳을 떠나서 아내는 아주머니의 얘기를 몇 번이나 되 뇌이었다. 나 역시 아주머니의 얘기가 왠지 썩 개운하지가 않았다. 괜한 얘기를 들은 것 같아서 돌아오는 길에 국수 마당을 들린다. 아내와 함께 간식거리로 국수로 요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조금 전에 산 옥돔으로 맛있게 옥돔 국을 끓이자고 하고 비닐을 벗기고 국을 끓이기 시작을 한다.

이제는 맛있게 점심 식사를 할 시간이 되었다. 옥돔 국을 한술 뜨자 살이 얼마나 깊은 지 최근 먹어 본 옥돔 중에서는 최고였다. 너무나 맛이 있었다. ‘옥돔 국이 정말 맛있다!’ 라고 하니 아내도 기분이 좋은 눈치다. 조금 전에 시장에서 들은 ‘죽은 사람의 말도 들어 주는데 산 사람의 말은 더욱 들어야한다’ 는 말이 계속 귓속을 맴돌고 있다.

어물전 아주머니의 말씀에 나는 머리에 망치로 한방 먹은 것처럼 핑 도는 감을 느꼈다. 이렇게 느닷없이 예기치 않은 경우를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이 살아오다가, 당한 느낌인지, 아니면 교훈을 받은 셈인지를 도통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아내도 개운하지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은 ‘잊어 버립시다’ 하고 말했다. 아내도 그 생각에서 떠나지 못하는 것 같아 나의 마음이 불편하다.

아내는 어쩌면 내가 세상을 떠나는 경우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주머니의 이야기에 마음이 정지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오랜만에 다녀 온 오일장에서 일어난 얘기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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