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총총한 별이 뜨는 풀섬
아직도 총총한 별이 뜨는 풀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3.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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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릉 오이다! 초도(草島)로 오이다! - 2
늦은밤 소란스런 소리에 밖에 나가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많은 어선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늦은밤 소란스런 소리에 밖에 나가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많은 어선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 섬 일주하는 마을버스 초도의 속살 느껴 볼 수 있어 

아름다운 섬 초도에 가려면 두 곳에서 갈 수 있다. 여수에서 다니는 쾌속선이 하루 두 차례, 고흥 녹동항에서 쾌속선이 한 편 있으나 코로나 때문에 출항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차도선 평화 페리11호는 매일 아침 7시에 녹동을 출발해 거문도로 가다 초도에 들린다. 섬에서 나올 때는 쾌속선은 오전 8시40분 고흥 나로도로, 차도선은 오후 1시40분 거문도 고도항 출발 2시40분 초도에 도착해 바로 출발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여러 차례 배편이 있었지만 요즘 손님이 없어 정기 운항편 말고는 들쭉날쭉 운항하는 모양이니 사전 선사에 알아보는 것이 좋다.

초도에는 대동리·의성리·진막리·예미리 네 개의 마을이 있다. 대동리 항에서 출발하는 마을버스가 섬 일주도로를 다니기 때문에 털레털레 다녀야 아름다운 초도섬의 속살을 느껴 볼 수 있다. 안목섬을 가려고 진막마을에서 민박할 예정으로 찾았다.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이 진을 쳤던 곳이라 진막마을이라 부르고 있는데 바로 건너 해안에 숲으로 덮힌 안목섬이 있다. 사리 때를 전후해 4일 정도 본섬과 잇는 바닷길이 열린다. 진막리에는 1976년 6월 상산봉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량이 풍부해 수력발전소를 건설해 전깃불을 밝혔다고 한다. 섬지역에서 수력발전소라니 상상이나 할 일인가 했으나 사실이다. 200m에 달하는 수도관을 통해 해변 절벽 아래로 보내 낙차를 이용해 80KW전력을 생산, 각 가정에 불을 밝혔으나 지금은 그 현장은 찾아볼 수 없고 내연발전소가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작은 섬에 수력발전소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초도 스쿨펜션을 찾았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서 할 수 없이 대동리로 나와 숙소를 정했다. 초도는 다른 섬보다 숙박업소가 많고 식사도 해결되어 여행자들이 편하게 섬을 돌아볼 수 있다. 민박집에서 나온 백반은 12개 반찬에다 우럭국이 별미다. 이제껏 섬에 다니며 먹어본 음식으론 초도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초도 주변 무인도 해안절벽
초도 주변 무인도 해안절벽

# 맑은 날 정상에 서면 한라산이 보인다는 상산봉

저녁을 먹고 밖에 나오니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간다. 항구에 앉아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며 돌아본 초도를 생각해 본다.

가슴에 별이 진 사람 초도로 가라/여수항 뱃길로 48마일/삼산호, 신라호, 덕일호, 훼리호/순풍호, 데모크라시, 줄리아나 오가고/뱃길 빨라질수록 발길은 멀어져도/해초처럼 설레는 낭만은 있다/이슬아침 소바탕길로 상산봉에 오르면/낮고 낮은 햇살에도 퍼덕이는 금비늘/희망은 가슴 터질 듯 수평선에 이르고/달빛 수줍은 갯바람 길을 따라/은하수 시거리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초도, 그 풀섬에 가면/아직도 총총한 별이 뜬다 - 김진수 시 ‘초도에 가면’

배표 때문에 여객터미널에 갔다가 문 앞에 걸린 ‘초도에 가면’시를 읽고 있다가 만나 김진수 시인은 여수 민예총회장이고, 초도 마을 이장, 어촌 계장 등 마을에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제주도 김수열 시인과도 친분이 있으며 제주도를 무척 좋아해 1년에 두서너 차례씩 다녀가고 있단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초도에 제주 출신 해녀가 14분이 살고 있는데 모두 중산층 이상으로 잘살고 있다고 전해준다. “초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상산봉에 올라가 보았나요. 참 아름다운 산입니다. 우리나라 섬 산 100대 산중 하나지요. 맑은 날 정상에 서면 멀리 한라산이 보인답니다. 시간이 되면 꼭 올라가 보라”고 한다. 그동안 섬에 다니면서 시간이 되면 섬에 가장 높은 산을 올랐는데 초도는 시간이 너무 짧아 포기할까 했으나 왕복 3시간 정도면 내일 아침 일찍 상산봉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일찍 잠을 청했다. 무슨 꿈을 꿨는지 잠에서 깨어 밖에 나가 보니 항구에 언제 들어왔는지 어선들이 불을 훤히 밝히고 있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촬영하다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질 듯 총총하다.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것이 언제든가. 초도에는 항상 이렇게 별이 뜨는 섬이라 김시인은 ‘초도에 가면 아직도 총총한 별이 뜬다’고 했구나.

잠을 이룰 수 없어 뒤척이다 보니 밝이 소란스럽다. 밤늦게 들어온 어선들이 날이 밝기도 전에 출항하는 모양이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가 등반로가 있다는 산등성이를 향했다. 등반로 입구가 마을에서 멀지 않다고 했는데 한참을 걸어도 찾을 수 없다. 아직 시간이 있으나 서둘지 않으면 8시40분 배 시간을 놓칠 것 같아 초조해진다. 가파른 언덕길 헉헉거리며 올라서 뒤돌아보니 산등성 마을이 희미하게 보인다. 6시30분 아무리 빨리 걷는다 해도 상산봉정상 다녀오기는 무리일 것 같아 등산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이 될 때까지 걷자는 생각으로 천천히 오르다 보니 등반로 입구다. 마을에서 꽤 먼데 가깝다고 했구나. 바다 쪽으로 여명 빛이 비치기 시작하니 곧 해가 뜨겠구나. 전망이 트이는 장소에 서서 해뜨기를 기다렸으나 짙은 구름이 내려앉는다.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오는데 폐교된 초도초등학교다. 초도에는 마을마다 학교가 있었으나 학생이 없어 전부 폐교가 되어 이젠 학교가 하나도 없단다. 섬마다 겪는 일이 아닌가. ’초도를 꼭 다시 오겠다’마음의 약속을 하며 나로도로 가는 배를 탔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초도 진막리 마을
초도 진막리 마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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