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꼭 받아내야 할 사과
더 글로리: 꼭 받아내야 할 사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3.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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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연 제주한라대 관광경영과 교수·논설위원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으로 한참 이슈인 ‘더 글로리’ 파트2가 10일부터 방영된다고 한다. 

작가가 제목을 지은 배경은 폭력의 순간에 잃어버린 인간의 존엄을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내야 그 원점의 영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여 지었다고 한다. 극중 상황과 비슷하게 2006년 청주의 한 여중에서 고데기로 동급생 친구에게 학폭을 가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때 현실의 가해자들은 현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는 ‘유명인사가 싫어하는 관심: 괴롭힘 고발’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사회에서 유명인사의 학창 시절 폭력에 대한 폭로로 인해 사회적 매장과 퇴출에 대한 기사를 다루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비해 한국의 학교는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아주 미흡한 상태이다. 미국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가해자 어머니를 자녀비행방조죄로 체포하기도 하고 벌금을 내리기도 한다. 유럽은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더 중점을 두어 노르웨이는 올베우스 프로그램 설문조사로 학교폭력의 실태를 파악한 뒤 예방교육과 적극적인 중재를 실시한다. 핀란드는 리바코울루라는 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왕따 역할극으로 공감 능력을 키우게 하고 있다. 

철저히 피해자의 보호가 너무 중요한 학교와 달리 직장 괴롭힘은 힘의 구조와 칼부림이 복잡하다. 직장에서의 착한 사람 기준은 맡은 바 임무 똑 부러지게 완수하고 조직 내 민폐를 끼치지 않는 자이다. 그런데 직장 내는 열심히 일만 하는 자, 정치하는 자, 무책임할수록 교활한 자, 개인 이익을 위하여 이간질하는 자 등 천태만상의 인간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윤 추구라는 미명 하에 상하관계가 확실한 회사는 생존을 위한 전쟁 속에 직장이 치열하면 치열한 분위기일수록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그 사람의 인성을 알고 싶으면 칼자루를 쥐여줘 보면 알 수 있고 성숙한 사람일수록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리더의 덕목 중에 힘이 있다고 해서 칼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고 의도치 않은 잘못에 상처받은 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사과를 할 줄 아는 인성이 있다. 

상사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은 극히 드물다. 기본적으로 직속상사는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업무 지시를 하고 나를 모니터하며 평가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보니 편할 수가 없고 대부분 일반 직장인들은 직속상사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직속상관을 존경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면 정말 운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존경하는 두 분이 다 박사 시절의 인도 교수님들이시다. 한 분은 그 분야에 최고이신 분이셔서 그 능력에 존경심이 들었고 가족을 아끼시면서 취미생활로 너무 행복하게 사시는 분이라 내 인생의 롤모델이셨다. 또 다른 한 분은 은혜를 입은 일이 있어 어떻게 이 감사함을 갚으면 되겠냐는 질문에 “네가 스승이 되면 학생들에게 갚아라”라는 말씀에 울컥한 적이 있다. 

직장은 아이러니하게도 호된 직장상사와의 악연이 내 실력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후배의 질투로 내 등에 꽂힌 칼의 흉터가 내공이 되기도 한다. MZ세대의 상사에 대한 괴롭힘도 현존하는 시대에서 직장에서의 괴롭힘은 팀장의 역할이 크다. 팀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하여 이간질과 괴롭힘으로 팀에 교란과 균열을 일으키고 사기를 꺾는 팀원을 솎아내는 임무도 팀장의 역할이다. 사내와 사회적 조치는 그 다음 단계인 것이다.

꼭 받아내야 할 사과를 해야 하는 이들은 대부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다. ‘된 인성이었으면 그런 생채기를 내지도 않을 인성이었으리라’라는 생각에 기대도 하지 않게 된다. 평생 지워지지 않은 영혼의 상처에 대한 복수극(더 글로리)이 그냥 재미와 이슈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 구축과 법률 제정으로 이어지는 바람과 함께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우리 천천히 말라죽어 보자.” 지옥 불구덩이 속으로 같이 들어가자며 복수를 인생의 목표로 살아온 더 글로리 속 주인공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불행한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내 반평생 억울할 때마다 한 호소에 대한 어머니의 조언은.

“이 세상은 살다 보면 억울한 일투성이란다. 그러니 하나하나 대응하며 기운 낭비하지 말고 복수는 신의 영역으로 신에게 맡기고 너의 온 에너지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묵묵히 열심히 살아서 네가 정말 잘 사는 게 최고의 복수이니라.”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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