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3 여성의 증언, 부차적으로 인식…주체적 역할 조명해야"
"4ㆍ3 여성의 증언, 부차적으로 인식…주체적 역할 조명해야"
  • 이창준 기자
  • 승인 2023.03.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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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주4ㆍ3 여성 유족 100인이 골암수다' 포럼 개최
강경숙 전 연구위원 "여성 증언, 고생담 치부…마을 재건 등 조명 필요"
8일 오전 개최된 '제주4ㆍ3 여성 유족 100인이 골암수다' 포럼

제115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 제주4ㆍ3 관련 여성들의 증언을 단순 고생담으로 치부하지 않고 마을 재건 등에 노력한 주체적 역할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원장 민무숙), 제주4ㆍ3희생자유족부녀회(회장 강능옥)가 이날 오전 이스타호텔에서 개최한 '제주4ㆍ3 여성 유족 100인이 골암수다' 포럼에서 김윤숙 전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진상규명의 목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여성의 증언은 고생담, 신세타령, 개인적인 사건으로 치부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연구위원은 "4ㆍ3의 역사에서 군사적 사건들은 공식적이고 사회적인 것으로 인정받았지만 여성들의 자녀 양육, 마을 재건을 위한 노동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의식에 근거한 연구가 계속되면 4ㆍ3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담론의 한계를 넘어서는 가능성이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연구위원은 '여성주의 구술사' 연구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여성주의 구술사는 가부장제 문화에서 억압된 여성, 젠터 경험의 기억을 가시화하는 서사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연구위원은 "첩제도 및 양자제도, 호적과 여성의 지위, 여성의 교육 기회 배제를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4.3을 경험한 여성들은 고령의 나이가 된 지금까지도 실제 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지 못한 사례가 많다. 호적 불일치 사례의 76.9%가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의 생계 및 재건 활동도 재조명해야 한다"며 "여성들은 젖동냥 등 어린아이들을 돌봤고 밭일과 물질, 장사 등 생계 노동을 통해 마을과 공동체 재건에 이바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ㆍ3에서 살아남은 제주 여성들이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인관과 생명에 대한 존중, 사랑에서 비롯된다"며 "4ㆍ3 역사의 의미 확장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날 포럼은 개회식, 주제발표, 골암수다 마당 순으로 진행됐다. 개회사에 나선 강능옥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 회장은 "4ㆍ3은 제주 여성들에게 가혹한 시련을 안겨줬다"며 "이번 행사가 어려운 시대를 견디며 살아온 여성들의 아픈 목소리를 직접 드러내고 여성 공동체 연대 강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창준 기자  luckycjl@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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