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뜨르, ‘담대한 구상’을 지켜보면서
알뜨르, ‘담대한 구상’을 지켜보면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3.0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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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재경대정향우회 고문·논설위원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제주음식점. ‘육지 사람들’도 제주토속 음식과 소주를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얼마 전 나는 향우 친목모임에 갔다. 우리끼리 제주사투리로 말하는 중에 옆자리 한 영감이 나에게 “고향이 제주도냐”고 물었다. “예, 모슬폽니다”, “아! 내가 거기 모슬포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았소” 막걸리 한 잔을 권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지역에 대구에서 이전해 온 육군제1훈련소가 1951년~1956년까지 50만 강병을 육성했다. 대정국민학교에는 공군사관학교가 잠시 주둔했다.

607년 전 1416년(조선조 태종 16년)에 제주섬은 3현이 설치돼 3읍시대가 정립됐다. 제주목(牧)·대정현(縣)·정의현이다. 500여 년이나 유지됐다.

대정현은 서부 한경면 일부, 동쪽으로는 중문까지 관할했다. 대정현 소재지에는 대정성지, 대정 돌하르방, 추사 선생 9년(1786~1856) 적거지와 기념관, 정난주 마리아의 묘소, 대정향교 등 그 시대 선비정신, 개척과 도전의 맥은 이 고장에 학문과 예술을 숭상하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이를 ‘대정정신’이라고 한다.

조선을 강탈한 일본제국주의는 평화를 사랑하는 대정지역에 앞바다의 세찬광풍과 함께 고난의 세월을 강요했다. 일제는 넓은 옥토 ‘알뜨르’에 비행장 건설, 격납고, 고사포와 진지, 지하벙커, 송악산 해안동굴 등 중국대륙 공격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땅을 잃고 강제노역에 동원되고, 공출(供出)당하는 등 일제의 전쟁유적들은 고통의 시대를 증거한다.

2006년부터 알뜨르~송악산~대정성지~사계발자국(화석 )~마라도를 연계하는 관광 연계사업이 발표됐었으나 지나갔다. 2010년 8월 27일 세계에서 6번째로 ‘환태평양평화소공원’이 알뜨르에 세워졌다.

올해들어 ‘알뜨르평화대공원’ 조성이 제주도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사회 (대정)에서 ‘송악산-알뜨르평화대공원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

‘담대한 구상’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서귀포시 연두방문(2월 15일) 당시에 “평화대공원의 핵심인 알뜨르 비행장 일대와 송악산을 벨트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의 계획을 그대로 가져갈 게 아니라 좀 더 담대한 구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담대(膽大)’는 보통 이상으로 결단하다는 뜻이니 모두 기대하고 있다. 얼마 전 제주연구원에서는 송악산 일대를 제주서부권의 중심으로 조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라해양도립공원 확대 지정’을 제시했다. 마라해양도립공원 확대 지정을 전제로 한 ‘송악산평화대공원’ 조성을 제안했는데, 도지사의 ‘담대한 구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지켜본다.

이어 서귀포시에서는 한국의 최남단 섬, 가파도·마라도의 정주(定住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8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올레길 정비, 여객선 대합실 정비, 산책로 개선 등 사업을 추진해 두 섬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객 편의를 증진하게 된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섬 주변에 전복, 소라, 옥돔, 자리돔, 방어…시인 김용길의 시 가파도 청보리 밭에서 / 끝섬 ‘마라도’에 와서…를 음미하면서… 대한민국최남단비( 大韓民國最南端碑)를 배경으로 삼아 관광객들은 저마다 카메라를 꺼내든다. 알뜨르에 진정으로 평화가 깃드는 날은 언제일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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