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지수
고통지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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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봄은 왔으나 고물가로 인한 도민 가계의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올해들어 우리나라의 ‘경제고통지수’(Economic Misery Index)가 8.8을 기록했다. 통계방식이 바뀐 1999년이후 24년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경제고통지수는 물가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한 값으로 수치가 클수록 삶의 고통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국에서 물가가 유달리 높은 제주지역은 경제고통지수 또한 클 것이다.

하루빨리 인플레가 진정됐으면 싶지만 대내외적 상황이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은 여전하고, 정부가 상반기중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했지만 관련 공기업 적자가 폭증하고 있어서 전기·가스요금 등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결국 당분간 경제적 고통은 커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문제는 고통지수 상승으로 지역사회가 집단 우울증을 보이고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자칫 지역사회 공통체 분열이라는 퇴행적 증상이 나타날까 걱정된다.

대한통증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통증환자들은 우울증(44.2%), 수면장애(60.1%), 기억력 감퇴(40.3%) 등을 함께 겪는다고 한다. 특히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 환자가 35%나 됐다.

여기서 통증환자라 함은 신체조직이나 신경세포 손상으로 통증을 겪는 환자를 말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경제적 고통’을 겪는 이들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고물가 고금리에 밤잠을 못자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가, 집단 우을증에 사회가 활기를 잃은 것은 물론 방황하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진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힘들어지는 게 서민들이다. 당장 씀씀이를 줄여야 하고 게다가 앞날의 불안감에 따르는 심리적인 압박은 이들을 더욱 견디기 어렵게 한다.

제주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새해들어서도 전년대비 5%이상 계속 뛰면서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다.

청년 실업은 해소될 기미 조차 없다. 보통 경제 상황이 좋을 때는 물가가 올라도 실업률은 낮아진다. 또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물가가 떨어지는 대신 실업률은 높아진다. 물가와 실업률은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금 경제상황은 물가도 오르고 실업률도 올라가면서 경제고통지수가 커지고 있다.

제주시내 상가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업종부터 휴폐업이 시작됐고, 건설업계에는 연쇄부도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고통의 지독함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그러나 고통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통증 의학자들은 통증은 생명을 파괴하려는 것들의 침입과 공격을 극복하려는 방어수단이라고 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고통이 없으면 즐거움도 없다”(無苦無樂) 고통으로부터 의미나 교훈을 찾을 때 우리 삶을 더욱 고양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어려울수록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족은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하는 동고동락(同苦同樂)의 공동체이다.

추사(秋史) 김정희 선생은 제주 유배 생활의 고통을 겪은 뒤의 깨달음으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부부와 자식 및 손자가 함께하는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으로 표현했다.

오늘 경칩(驚蟄)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 봄을 가족과 함께하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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