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 변신한 80대 장사꾼…"아직도 세상은 배울 게 많아"
배우로 변신한 80대 장사꾼…"아직도 세상은 배울 게 많아"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03.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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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시니어] (3) '실버스타 연극단' 단원 김판철씨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제주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제주가 20% 이상이 고령인구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제주도 장래인구추계 자료에 따르면 서귀포시는 지난해 기준 노인인구 구성비가 20.1%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제주시 역시 2026년 고령인구가 20.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시의 고령인구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0~14세 유소년인구보다 많아졌다.

본지는 현실로 다가온 초고령사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 노년층의 사회 공동체 참여 방안을 모색하고자 제주시니어클럽과 함께 ‘인생 2막’을 연 시니어를 만난다. [편집자 주]

지난 3일 제주시니어클럽 사무실에서 만난 김판근씨가 '인생 2막'에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하고 있다.

“예전엔 노래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죠.”

지난 3일 제주시니어클럽 사무실에서 만난 김판철씨(81)는 동제주종합사회복지관의 ‘실버스타 연극단’에서 활동하게된 계기를 묻는 말에 젊은 시절 취미였던 ‘노래’를 꼽았다.

김씨는 노래를 무척 좋아해 지역 노래대회에도 나가곤 했지만, 네 딸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노래’ 대신 ‘장사’를 택했다.

김씨는 한평생 서울에서 의류 등을 판매하며 네 딸을 키워냈고, 5년 전 제주로 이주한 막내딸의 권유로 제주로 터를 옮겼다. 

제주에 이주하기 5년 전 장사를 그만둔 김씨였지만, ‘배움’에 대한 갈증과 특유의 성실함이 그를 ‘인생 2막’으로 이끌었다. 

김씨는 제주 이주 후 제주시니어클럽의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며, 일주일에 세 번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주변 복지시설을 청소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아울러 동제주종합사회복지관의 ‘실버스타 연극단’에 가입, 젊었을 적 배우지 못했던 ‘노래’에 대한 미련을 연기로나마 풀고 있다.

김판철씨(사진 맨 왼쪽)가 지난해 출연한 독립영화 '아직도 세상은'의 한 장면.

김씨는 지난해 동제주종합사회복지관이 만든 독립영화 ‘아직도 세상은’에 출연해 첫 영화를 찍었다. 

‘아직도 세상은’은 한 여성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골함을 들고 여행하면서 늦게나마 아버지의 ‘버킷 리스트’를 채워가는 여정을 담은 영화다. 

불효자는 하늘 재판장에 불려 가 화장실 청소 300년형 등 벌을 받는다는 실버스타 연극단의 ‘하늘 재판’ 연극 내용도 일부 영화에 차용됐다.

김씨는 “코로나19 확산 상황 때문에 연극을 제대로 하진 못했지만, 지난해 찍은 영화에서 지역 주민 역할로 출연하며 연극단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올해 작품에도 출연할 수 있도록 연기 연습을 꾸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이 나이를 먹었지만 제가 활동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활동을 하고 있다. 좋고 재미있지 않나”라며 “제주에서 노인일자리사업 등 여러 활동을 하면서 마음에 맞는 친구도 새로 사귀게 됐다.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볼 계획”이라며 웃어보였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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