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과 입학! 교가(校歌)에 대한 단상(斷想)
졸업과 입학! 교가(校歌)에 대한 단상(斷想)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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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2021년 8월, 일본 오사카 한신 고시엔(甲子圓) 운동장에서는 일본 관중과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어 교가(校歌)가 일본 전역에 울려 펴졌다.

“동해바다 건너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재일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의 교가이다. 재학생이 100여 명에 불과한 이 작은 학교가 일본 4500여 개 고등학교 야구부 중 단 60개교만이 본선에 오르는 고시엔 야구대회에서 본선 진출은 물론 연거푸 승리를 거두었던 것이다.

고시엔 대회는 시합에서 이긴 학교의 교가를 TV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방송으로 내보낸다. 선수들은 물론 재학생, 심지어 교민들에게 교토국제고 교가는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일본과 달리 우리는 1월에서 3월 초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졸업식과 입학식을 치른다. 이때 진행되는 의식 행사는 국민의례, 즉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해서 교가로 끝나는 것이 기본 순서이다. 따라서 이 시기는 가히 ‘교가의 계절’이라 부를 만도 하다. 

교가(校歌)는 학교를 상징하는 노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학문이 도입되는 19세기 말경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배재나 이화학당 같은 사립학교들이 설립되며 교가가 만들어졌다. 그 후 일제 강점기 이후까지 주로 일본이나 서구에서 근대음악, 즉 서양음악을 공부한 음악가들에 의해 전국의 많은 학교 교가가 작곡되었다.

학교재단의 요청에 따라 가사와 곡이 만들어지므로 그 내용은 대개 학교의 설립 이념이나 정신, 또는 특징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선율은 대체적으로 느리고 장엄한 편이나 간혹 행진곡이나 군가를 연상하는 경우도 있다.

몇 해 전 친일음악가들의 학교 교가 논쟁이 국내 교육계의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TV와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조명했는데 그에 따르면 친일 행적으로 물의를 빚은 일부 음악가들이 작곡한 교가가 전국적으로 수백 개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이를 반영하여 몇몇 지자체 진보교육계에서 친일 교가 청산 운동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먼저 당시 음악가들의 친일 행적에 대한 기준이 과도하게 작위적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지금까지 수십 년간 불린 교가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도 어렸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문제는 교육 감독기관이 관여하기보다는 학교운영위나 동창회 등 학교 구성원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며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아쉬운 점은 이와는 별개로 교가 자체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사라져 간다는 데에 있다. 그나마 고등학교는 조금 나은 편이고 초등학교, 중학교, 특히 대학의 경우는 교가를 부르기는커녕 들어본 적도 없다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는 것 같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집단의식이나 소속감도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딱히 교가를 부를 여건이나 기회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교가는 무겁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더해져 갈수록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과거 동창회나 모교 체육대회 등에서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목청껏 불렀던 교가가 이제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듯하여 씁쓸하기만 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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