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함이 가슴을 사로잡는 평화로운 섬
아늑함이 가슴을 사로잡는 평화로운 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3.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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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릉 오이다! 초도(草島)로 오이다! - 1
바다에서 바라본 초도 전경
바다에서 바라본 초도 전경

# 거문도 가는 길목에 우뚝 솟아있는 초도

거문도 가는 길목에 여러 개 무인도와 상산봉이 섬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초도(草島)가 있다. 여수시 삼산면, 섬 면적은 7.719㎢, 해안선 길이 22.6㎞,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77㎞, 면 소재지인 거문도에서 북쪽으로 18㎞ 떨어진 곳에 있는 풀이 많은 섬으로 본섬 주변에 솔개섬·안목섬·밖목섬·진대섬·말섬 등 25개 부속 섬을 이룬 군도와 손죽도·평도·광도·소거문도 등 큰 섬이 이웃하고 있다. 어느 사람은 거문도의 명성에 가려진 섬이라 했지만 초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아늑함이 가슴을 사로잡는 평화로운 섬임을 느낄 수 있다. 초도 가는 배를 타기 위해 거문도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초도에 가면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 없어요. 자연도 그렇고, 사람들도 섬을 닮아서 그런지 온화해요. 꼭 가보세요” 배를 타고 가는 내내 그 아주머니 이야기가 귓가에 맴돈다. 거문도를 출발한 평화 페리11호가 40분 가량을 달려 초도 인근 해역에 들어서자 주변에 다라지도라는 기이한 섬이 눈길을 끈다. 이름도 그렇지만 큰 바위 두 개 중 한 개 위에 서 있는 바위는 마치 거대한 여인이 먼바다를 향해 소리치는 형상이다.

배에서 내려 초도를 마을 순환하는 버스를 타 “기사에게 섬을 돌아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했더니 “이 버스 타고 돌면 마을마다 전부 들리고 의성리 가면 1시간 정차하니 주변 돌아보면 된다”며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경상도가 고향이고 초도에서 산 것이 30년이 됐다는 버스 기사는 가는 동안 이곳저곳 설명해 준다. 마을버스 기사이면서 초도관광안내원 역할 하고 있다. “저기 보이는 섬이 안목섬인데 사리 때와 간조시 바다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곳이지요. 바다가 갈라지면 해양체험을 할 수 있는데 뿔소라, 해삼, 문어 등도 잡는답니다” 진도같이 길지는 않지만 한 달에 두 번 볼 수 있다고 한다.

구불구불 작은 길 따라 달리던 버스가 의성리 마을에 도착했다. 마침 항만공사를 하는지 크레인과 중장비들이 작업하느라 혼잡스럽다. 여기서 1시간 후 버스가 출발하니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란다.

큰 바위 두 개 중 한 개 위에 서 있는 바위가 마치 거대한 여인이 먼바다를 향해 소리치는 형상을 하고 있는 다라지도섬
큰 바위 두 개 중 한 개 위에 서 있는 바위가 마치 거대한 여인이 먼바다를 향해 소리치는 형상을 하고 있는 다라지도섬

# 초도섬 출신 의병을 기리는 기념비

의성항 한 쪽에 정자가 있고 주변에 이 섬 출신 의병들을 기리는 기념비와 100년 전 조상들의 울릉도와 독도를 개척한 초도 사람들을 기리는 커다란 기념비가 있고 비문은 ‘1882년 壬午年 이전부터 목숨걸고 울릉도와 독도를 개척하여 영토를 확보한 선각자들이 사셨던 흥양현 초도사람들! 일본에 나라를 뺏기지 않으려고 활약하신 김성택·이병형 의병이 사셧던 초도 의서!’ 기록에 보면 1880년대 초도와 거문도 사람들은 옛날부터 진취적인 기질을 가졌었다. 울릉도 개척 당시 원주민 80%가 전라도 출신이었고 독도라는 섬 이름 역시 전라도 사람들이 부여한 지명인 것으로 최근 조사에서 밝혀졌다. 고종 1882년 이규원 울릉도 감찰사가 고종에게 올리는 보고서에 울릉도 전체 인구 141명 가운데 전라도 사람이 115명, 강원도 14명, 경상도 11명, 경기도 1명으로 기록됐다. 당시 초도 출신 33명, 거문도 출신 61명으로 거문도와 초도 사람들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여수와 거문도 초도 어부들이 어구용 밧줄을 꼬는 작업을 하거나 배를 부릴 때 부르는 노동요 술비소리는 거문도와 초도 어부도 함께 부르는데 멀리 울릉도와 독도의 뱃길을 개척하고 고기를 잡았던 이야기가 노랫 가사에 나온다.

에헤야 슬비야/어기영차 뱃길이야/울고 간다 울릉도야/알고 간다 아랫녘아/돛을 달고 노니다가/울릉도로 향해가면/고향생각 간절하다/울릉도를 가서보면/에헤야 술비야/좋은 나무 탐진 미역/구석구석 가득찼네.

이 노랫말처럼 초도와 거문도 사람들이 울릉도와 독도로 가서 고기를 잡고 좋은 목재도 가져온 기록을 엿볼 수 있다.

울릉도와 독도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해산물이 풍부했을 뿐 아니라 수목이 우거져 좋은 목재로 사용할 나무를 켜서 실어왔던 모양이다. 당시 울릉도를 내왕했던 흔적으로 초도마을 김충식 전 여수시장 집 마루벽이 여느 나무와 달리 두터운 판목으로 짜여 있고 김시장은 어린시절 어른들로부터 울릉도와 독도, 연평도 고기잡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한국의 섬)

의성마을 정자가 있는 터는 옛날 한말 의병으로 활약했던 김성택과 이병헌이 살았던 곳으로 마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각종 기록은 물론 두 의병의표석을 세워 선조들의 나라 사랑을 기리고 있다. 정자 옆 바위에 ‘은혜를 갚은 나무’가 눈길을 끈다. 이 나무는 오래전 사라호 태풍 때 부러져 고사될 처지에 놓였는데 당시 마을에서 정치망 사업을 하던 사람이 술을 마시기 전, 먼저 한 잔을 따라 나무 밑동에 부어 주자 2년 후 팽나무가 살아났고, 술을 부었던 사람이 병이 들자 팽나무 목신이 그의 꿈에 나타나 약을 알려줘 그 약을 먹고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나무다. 정자 벽에는 우리나라 원로 시인 이은상 선생이 작사한 초도초등학교 교가가 눈길을 끈다.

태백산 남쪽 다도 바다에 돌출한/장엄하다 상산봉 밑에 우리들 학교/불러라 명랑하게 배움이 노래/어깨동무하고 가자 초도어린이.

초도 선인들이 울릉도와 독도는 물론 우리나라 남해바다를 개척한 기록을 살피다 보니 버스 출발 시간이다. 바다가 갈라진다는 안목 섬으로 향하고 있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초도항에서 본 낙조.
초도항에서 본 낙조.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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