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용암터널 통해 제주 자연이 숨쉬는 생태탐방로
붕괴된 용암터널 통해 제주 자연이 숨쉬는 생태탐방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2.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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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김녕리 빌레왓길(3)
만장굴 옆길
만장굴 옆길

■ 김녕풍력발전단지 입구에서 만장굴까지

빌레왓길이 트인 지 10년쯤 되다 보니, 시작할 때 조성해 놓은 길의 표지와 조형물이 사라져 버린 곳도 있고 억새나 가시가 우거져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길을 찾아다니면서 애를 먹은 것이 이 같은 경우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큰 희망을 갖고 그럴 듯하게 시작하지만 결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으면, 아예 손을 놓아버린 곳은 이 길뿐이 아니다.

마을에서 숙고 끝에 어떤 사업을 벌이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그렇지 않으면 마을 이미지만 나빠진다. 마을유산이란 게 그리 흔한 것이 아닐진대 이왕 시작한 것,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시행한 사업이고 그 자취가 현장과 인터넷 상에 남아 있는 한, 그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길을 잃고 곤경에 처할 수가 있다.

더러 옛길을 활용한 부분이 있으나 여러 갈래로 난 숲길과 그를 잇는 부분이 문제가 된다. 풍력단지 앞에서 김송로를 따라 남쪽으로 올라가다, 표지판을 보면서 동쪽 곶자왈로 들어가 동북쪽 만장굴 옆으로 나가는 구조다. 가시밭길을 헤매다가 방향을 보면서 옛 오솔길로 들어서 걷다보니, 만장굴 옆에 이르렀다. 만장굴에서 숨골(만장굴)에 이르는 부분은 큰길밖에 없는 것 같다.

숨골로 보이는 곳
숨골로 보이는 곳

■ 휴업중인 만장굴

만장굴은 김녕사굴과 함께 천연기념물 제98호이자, 2007년에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동굴이다. 신생대 제3기말에서 제4기초에 걸쳐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표선리 현무암층으로 보고 있다. 같은 방향으로 2~3중의 동굴이 발달했고, 동굴 내부에 거대한 규모의 용암주와 용암종유석, 용암교, 용암선반 등이 나타나 있어 연구 자료로 가치가 높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지난 1월 26일 오후에 굴 입구 약 70여m 떨어진 곳에서 낙석이 발생해 급히 관광객 출입을 금지했다. 세계유산본부에서는 낙석 발생 이후 안전진단 전문가와 문화재위원의 자문 등을 거쳐 추가 낙석 여부 확인을 위한 영상 및 육안 모니터링을 실시해 왔다. 지금까지 모니터링 결과 추가 낙석이 발생되지 않아서, 다음 달 10일까지 연장 실시 후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안전시설물 설치나 개방 시기 등을 결정한단다.

부종휴 만장길 조형물
부종휴 만장길 조형물

■ 부종휴 만장길

‘미로공원’ 주차장 부근에 ‘부종휴 만장길’이라는 독특한 모양의 안내 표지판석이 있어 그 길을 따라 북쪽으로 접어들면 바로 빌레왓길과 겹치는 부분이다. 얼마 안 가서 세 개의 표지판이 각각 다른 모습으로 서 있는 곳에 이른다. 제일 큰 것은 출입금지 표지판으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인 만장굴이니 보호구역이라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만장굴은 저 남쪽 멀리 있는데 무슨 일인가 하여 다음 표지판을 읽어 보니, ‘국가지정문화재 공개제한 안내’였다. 위에 ‘세계자연유산 제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라고 쓰고, 아래에 ‘제주 김녕굴 및 만장굴은 천연기념물이니, 자연유산 훼손방지 및 가치보존을 위해 출입을 제한 한다’는 취지다.

그 의문은 다음 세 번째 구조물에서 풀린다. 굴처럼 만든 돌 속에 부종휴 선생으로 생각되는 분이 횃불을 들었고, 어린이가 손잡고 따라가는 모형이 들어 있다. 그 아래 ‘부종휴 만장길’이라 크게 쓰고, ‘만장굴의 시작’이라 하는 제목으로 ‘만장길의 종착지이자 부종휴와 꼬마 탐험대가 탐사를 시작했던 제1입구입니다. 이곳에서부터 한라산 쪽으로 모두 세 개의 입구가 있습니다.’로 시작, 당시 탐험대가 이곳에서 제3입구까지 7.4㎞의 실체를 밝혀냈다는 내용이다. 지금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는 만장굴은 제2입구에서 1㎞ 구간이라 한다.

온통 무덤으로 가득찬 입산봉
온통 무덤으로 가득찬 입산봉

■ 빌레길을 따라 입산봉까지

조금 더 들어가면 ‘숨골’ 지대를 지난다. 안내판에는 ‘지표면에 용암터널이 붕괴된 함몰지를 제주에서는 숨골이라 한다. 때때로 그 안에서 땅속의 시원한 공기가 불어나오곤 한다.’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곶자왈 지대 같은 데서 아래로 공기가 통하는 곳인데, 일반적으로는 물이 쉽게 빠지는 곳도 숨골이라 한다.

빌레길은 거기서 ‘김월남길’을 따라 일주동로(1132번)까지 나갔다가, 입산봉 동쪽길로 들어 입산봉 둘레를 남쪽으로 돌아 나가도록 기획됐다. 입산봉은 분화구와 북쪽 일부를 제외하곤 온통 무덤이 들어섰다. 산 모양이 마치 삿갓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이 보여 입산봉(笠山峰)이라 했다는데, 서남쪽 일부가 침식된 것을 빼고는 원형분화구의 형태가 잘 보존된 편이다.

입산봉은 산 높이에 비해 화구경이 매우 큰 수중분화구로 이루어진 응회환의 수중분화구이다. 화구륜(火口輪)의 남동쪽 봉우리가 정상으로 다소 높은데 조선시대 봉수가 있었다 하여 ‘망동산’이라고도 한다. 북동사면 일부 곰솔림을 제외하고는 전사면의 초지로 공동묘지를 이루고 있다. 오름길을 나서서 조금 걸으면 다시 출발점에 이른다. <끝>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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