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공화국
범죄 공화국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2.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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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늘 범죄가 있지만 요즘처럼 잔인하면서도 비인간적인 범죄가 성행했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들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아무리 큰 죄를 지었어도 반성하기는커녕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자신이 공권력의 최대 피해자라고 지껄이는 뻔뻔함을 소신처럼 드러내는 사람들이 날로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는 사회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구성원들의 약속으로 만든 규칙이나 법규를 어기는 그릇된 행위로 인해 발생한다. 이는 사회와 국가를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도덕적 해이와 모방 행위를 통해 넓게 전파되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제대로 막아내지 못 하면 나라 전체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커서 매우 두렵다. 

유권자가 선출한 대의원을 통해 국민이 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민주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사회적 분야는 사람들의 삶에 직접 개입하는 힘을 가진 정치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대표가 되어 정치와 통치 등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막중한 책임감으로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하여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들이 저지른 잘못이 누가 봐도 명백한 범죄일 경우에도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핍박받는다고 주장하는 추태를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폭력, 배임, 뇌물, 권력남용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범죄를 저지르고도 국가권력이 자신을 탄압한다며 무죄라 주장하는 공당의 대표와 그를 지키려는 국회의원 집단,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에 있으면서 불공정, 부정행위, 사기, 문서위조 등의 온갖 불법 행위를 해 놓고도 가족 전체가 도륙당한 일은 역사적으로 처음이라며 억울해하는 사람, 그것을 자랑스럽게 계승한 자식들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회지도층 사람들이 뻔뻔함과 파렴치함의 극치를 잘도 보여주고 있다.

지도층 사람들의 어처구니없는 이런 행태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은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아 스스로가 하는 그릇된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높은 분들이 저 정도인데 내가 하는 부정이나 불공정 같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됨으로써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

범죄가 탄로 나서 잡힌 뒤에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으므로 스스로가 피해자라는 주장을 펼치는 것도 지도층의 그것과 닮았다. 부모는 자식을 버리고 자식은 부모를 죽이며 헤어지자는 말에 연인을 살해하고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고 피해자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성범죄 같은 일들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것들이 계층의 종류와 나이의 고하, 성별의 구분을 초월하여 나타나고 있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으니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현상이 사회 전체에 퍼지도록 만든 촉매제가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코로나가 전 세계에 만연되었다고 해서 그 근원지가 없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이런 폐단을 발전적으로 극복하여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겠지만 상대적으로 책임의 비중이 큰 계층에 속한 사람들부터 대오각성하여 모범이 될 언행을 해나간다면 지금의 절망적인 상황을 빨리 타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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