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살 '마을 수호신' 팽나무 제거된다...고사-재해 위험
500살 '마을 수호신' 팽나무 제거된다...고사-재해 위험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3.02.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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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수술에도 뿌리.줄기 썩고 쓰러질 가능성에 민원도...보호수 이전 해안동 신목 역할 안타까움

수령 500년 넘은 팽나무가 고사 위기에 처한 끝에 베어질 예정이다.

이 나무는 마을 수호신 역할을 해온 터여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제주시는 20일 해안동(2503번지)에 있는 팽나무의 보호수 지정 해제를 고시했다.

팽나무는 둘레 6.6m높이 15m에 수령 500년으로 198210월 보호수로 지정됐다.

그런데 팽나무는 수 년 전부터 잎과 줄기에서 고사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차례 외과수술이 진행됐지만 회복하지 못했다.

제주시 해안동에 있는 수령 500년의 팽나무가 고사 위기에 처한 끝에 제거될 예정이다.

제주시가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팽나무는 뿌리가 썩고 주 줄기가 말라죽어 보호수 지정 목적을 상실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거목이 강풍 등에 부러지면서 재해 유발 위험성이 높아진 만큼 마을 주민들은 제거가 필요하다는 민원을 제기해 왔다.

특히 팽나무는 신당 안에서 주민들이 안녕과 평안을 비는 신목(神木) 역할을 해왔다. 보호수 지정 과정에서도 팽나무가 이른 바 당나무란 점이 적극 반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신당에는 상대적으로 어린 팽나무 3그루도 자라면서 신목 기능을 물려받고 있다.

과거 외과수술을 받은 팽나무 줄기.

제주시 관계자는 팽나무가 병충해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점점 쇠약해졌고 수차례 외과수술에도 고사가 상당부분 진행됐다팽나무의 위치가 마을 취락지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탓에 주민들이 혹시 모를 사고 위험 때문에 제거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6일까지 이의 신청 기간으로, 별다른 의견이 없을 경우 제거작업을 실시할 것이라며 마을에서 나무 활용에 대한 요청이 없으면 소각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2017년 한림읍 한림리에 있는 팽나무(지정 당시 수령 160)가 뿌리줄기 썩음현상을 보인 끝에 자연적으로 쓰러져 보호수에서 해제됐다.

2012년에는 도련동에 자라는 소나무 보호수 7그루(평균 수령 150~200)가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결과 제거됐다.

한편 도내 보호수는 총 161그루로 제주시에 119그루, 서귀포시에 42그루가 살고 있다.

팽나무 고목 보호수가 고사하면서 잘릴 예정인 가운데 마을 수호신 역할을 해온 터여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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