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증’ 사회
‘불감증’ 사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2.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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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주사회에는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켜진 위기(危機)의 경고등에도 ‘돌하르방’처럼 무감각하다. 도민들이 너무 둔감(鈍感)한 건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건가. 하여튼 이렇게 불감하다가는 정말 ‘주전자 속의 개구리’가 된다.

그렇다면 정확히 이 ‘위기 불감증’은 무엇일까? 위기 불감증은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별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는 증상’이다. 좀 더 과학적인 용어를 붙여본다면 ‘위험 지각’(risk perception)이 낮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국가 안위를 모르쇠하는 ‘안보 불감증’이나 각종 사고에 대비하지 못하는 ‘안전 불감증’은 고질화된 중증이다.

요즘엔 ‘윤리 불감증’에다가 ‘부패 불감증’까지 불감(不感)의 증세가 더 확장됐다. ‘직업화’한 지방 정치인들이 지방 예산을 제 쌈짓돈 마냥 쓰고, 중앙 정치인들은 나라를 팔아먹는 농단을 하면서도 ‘청렴 운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그러니 청소년 다섯 중 한 명은 ‘10억원을 챙긴다면 10년 감옥을 가도 좋다’고 말한다. 1000억, 2000억원이라면 1000년, 2000년을 감옥에 가겠다는 말인지. 자기조절능력이 상실되고 있는 실상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 어른들의 부패 불감증이 청소년으로 이어졌다.

‘자녀에게 황금 대신 양심이라는 훌륭한 유산을 남겨야 한다’고 말한 플라톤의 경구가 우스워진 세상이다.

▲문제는 ‘경제 불감증’이다.

위기가 튀르키예 대지진처럼 다가오는데도 너무 둔감하다.

마침내 정부가 경제가 ‘경기 둔화(鈍化)’ 국면에 진입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는 ‘상승→둔화→하강→회복’의 네 단계로 순환한다. 기재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제 그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벌써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하강(下降)’하기 시작했다.

이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게 될까. 생각만 해도 무섭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1월 제주지역 실물경제 동향의 키워드도 ‘둔화’와 ‘부진’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를 책임진 ‘위나 아래’는 표정이 없다.

▲하지만 제주시 밤 거리는 예민하다.

날이 어두워지면 식당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거리가 컴컴해지고 있다. 전기요금 가스요금, 종업원 인건비도 오르는 데 과거 그 손님들은 다 어디 갔는지 매출이 없으니 문을 닫을 수밖에.

물론 정부가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등 전력을 다하는 것을 다 안다.

그러나 경기부양의 첫 단추는 기준금리 인하인데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당분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여야(與野)를 넘어선 국민 총체적 대응이 필요한데, 정치권은 지금 국민의 사정을 ‘나몰라라’하는 ‘국민 불감증’이다.

답답한 마음에 챗GPT에게나 물어나 볼까.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 또 이 지독한 정치권의 ‘국민 불감증’은 어떻게 하면 치유될지. 우리 도민들이 비상한 각오와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때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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