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가슴의 상관관계
머리와 가슴의 상관관계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2.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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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울 고문헌 박사·논설위원

머리만 발달한 인간들이 활개치고 있다. 기능적 지식과 이해관계로 무장한 이들이 우리 사회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다.

출세의 사다리는 오직 하나, 잔머리와 연줄이다. 이 사다리는 점점 좁고 높아지고 있다. 아래에서는 올라타기는커녕 쳐다보기조차 어렵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흙수저로 나뉘고 학교 갈 때는 특수학교·일반학교로 차별화되며 대학교는 점수로 서열화되는 사회. 정작 사회 나와서는 일할 곳도 갈 곳도 없는 사회. 우리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니 가슴이 따뜻한 리더를 만나고 싶다. 우리 사회에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은 많으니까. 

하지만 가슴이 따뜻한 리더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차가운 두뇌를 만나기 어렵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고 있는가. 어떤 지식과 어떤 가치를 가르치고 있는가. 뜨거운 가슴이 아닌 뜨거운 머리만을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닌가. 

자고로 인간은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해야 한다. 가슴에는 불타는 열정과 이상을 품고 있어야 하고 머리로는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길러 내야 하고 그런 인재들이 출세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 가슴은 차갑고 머리만 뜨거운 인간들이 우리 사회를 횡행하고 있다. 열정과 이상은 사라지고 돈과 권력만 난무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사회를 위해 그 어려운 시절 고군분투해 왔던가.  

돈과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자연스럽다. 그 자체는 선악의 판단을 넘어서 있다. 욕망은 인간 본성을 넘어 인간 그 자체이다. 하지만 욕망의 실현 과정은 다른 차원이다. 무인도에서 나의 욕망을 실현할 수는 없는 법. 욕망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실현될 수밖에 없다. 

사회는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무한한 욕망들의 축적체이자 대결장이다. 누군가의 욕망 실현은 누군가의 도움 내지는 희생이 뒷받침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욕망이 실현되었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감사해야 한다. 내가 잘나서 나의 욕망이 실현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사회 구성 원리다. 그런 사회만이 지속 가능하다.   
욕망을 향한 뜨거운 머리를 탓할 수는 없겠으나 최소한 인간을 향한 따뜻한 마음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타인의 고통과 희생을 보면 같이 울지는 못 할지언정 잠시 멈춰서는 진심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누군가의 눈물은 그 사람만의 눈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눈물임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런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우리의 리더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누구 말마따나 머리는 빌려다 써도 되니까.  

머리를 쓰려거든 잔머리를 굴릴 게 아니라 큰머리를 쓸 일이다. 잔머리는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쓰는 것이고 큰머리는 공동체의 안녕과 미래를 위해 쓰는 것이니까.

머리와 가슴은 선후관계를 따질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굳이 따져야 한다면 가슴이 먼저라고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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