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만 할 수는 없다
분노만 할 수는 없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2.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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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환경부는 최근 국토부가 제출한 제주 제2공항 전략영향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결론을 법적기한 내인 다음 달 초에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국토교통부의 ‘제주 패싱’과 ‘국회 패싱’ 논란은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제주에서 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제주 현장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제2공항에 대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일각에서 제2공항을 군사공항으로 추진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터무니없는 매우 악의적인 얘기”라며 “이는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집권여당의 책임자로 제2공항은 순수한 민간공항으로 추진된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는 “제2공항이 순수 민간공항으로 건설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나선 후보자들도 제2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서 국정과제를 만들어 제주의 발전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라며 “유능한 여당 대표로 책임지고 제주 제2공항을 조속히 착공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황교안 후보는 “총리 시절 제주 제2공항을 건설하기로 의결했던 사람이 바로 저”라며 “당 대표가 되면 반드시 책임지고 제주 제2공항 만들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공약했다.

김기현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제가 우리 당을 ‘원팀’으로 만들었다. 대통령과 손발이 맞는 힘 있는 여당 대표로서 조속히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해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제주 제2공항 사업 추진은 사실상 결정된 것과 같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제주 제2공항 사업과 관련한 어떤 정보도 제공받지 못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15일 서귀포시를 연두방문한 자리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협의와 관련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장관에게 책임 있는 답변을 기대한다고 수 차례 말했지만 답변을 못 들었다. 70만 도민의 도지사인데 자존심이 상한다. 분노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오 지사는 또 “아무리 국책사업이어도 최소한 도지사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자문을 구해야 응당한 일이다. 이런 부분에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법적으로 도지사에게 권한이 주어지고 행사할 수 있는 행정의 영역이 있다”라며 “도민에게 이익이 되고 자기 결정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라고도 말했다.

오 지사의 분노는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분노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환경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제주도는 이에 대한 도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제주도가 또다시 갈등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을 손 놓고 지켜볼 수는 없다. 제주도정의 갈등관리 능력을 발휘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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