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배려, 2번 타자
희생, 배려, 2번 타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2.1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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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장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전 프로야구 선수. 지난 3일 제주를 방문하여 고향사랑기부 납부에 동참했다. 기부금 최고 한도 500만원의 통 큰 기부로 함께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역시 조선의 4번 타자 선수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대호 선수를 초청해 고향사랑기부 참여와 홍보 시간을 마련했던 게 매우 뜻깊었다.

야구는 여느 스포츠와 다른 면이 있다. 경기에 참여하는 모든 선수는 실력이 뛰어나도 팀의 승리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유일하게 희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스포츠가 야구이다. 야구는 기록을 중요시한다. 야구에서는 팀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희생 플레이를 하는 선수의 불리한 기록은 삭제해 준다. 희생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에도 배려의 시기는 오래전에 도래했다. 농업·농촌을 지키기 위해 도시와 삶의 결이 다른 농촌에서 농업인의 삶은 희생을 요구한다. 제주농업은 우리나라 농업을 대표한다. 제주농업이 대한민국 농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제대로 이해하면 왜 대표하는지 알 수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 수가 매년 줄어드는 상황에서 제주 농업 인구 수 비중은 10%가 넘는다. 전국에서 유일하다. 전국 1차 산업 비중이 2%인 것을 감안하면 제주 1차 산업 비중이 5.6%배가량 높다. 제주농업은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산업이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60%를 도외 지역으로 출하한다. 겨울에 생산되는 양배추, 당근, 무 등 월동채소류는 80% 이상을 전국에 공급한다. 이는 제주농업의 성장 가능성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주의 위치는 1%일 수 있지만 제주농업만큼은 1%를 넘어 대한민국 농업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위치를 견고히 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제주농업의 대표성과 위상이 있기까지는 제주 농업·농촌을 지켜온 9만여 명의 농업인의 자기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제주 농업인의 자기희생은 임계치에 이르고 있다. 

이유를 찾는다면 세상 모든 것의 가격은 올랐지만 농산물 가격만큼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농업인의 자기희생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제주농업의 대표성과 위상은 금세 사라질 수도 있다.

지난 1월 1일 제주농협 본부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 동안 제주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의 우수성과 중요성을 전국에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 또한 농업인이 생산한 농축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제주농협 유통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유통 혁신을 추진하겠다.

다시 야구이야기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야구 타순 중 가장 중요한 타자는 4번 타자라고 모두들 알고 있지만 팀을 이끄는 감독 입장에서는 4번 타자가 아닌 2번 타자다. 그 이유는 야구팀의 미션을 가장 잘 수행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팀의 승리를 위해 자기희생을 가장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2번 타자의 미션 수행 능력이 뛰어나면 팀의 승률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제주농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농업인의 희생에 제대로 배려가 뒷받침되도록 제주 농업·농협의 2번 타자의 소임을 다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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