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뜨르’에 비가 내립니다
‘알뜨르’에 비가 내립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2.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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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재경대정향우회 고문·논설위원

“삼촌, 알뜨르에 비가 내렴쑤다”

“아, 그래 풍년이 들었으면 좋겠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는 나의 향리다. 밭에서 일하는 집안 친족의 안부 전화다. 알뜨르는 알(아래), 뜨르는 들·들판을 뜻한다.

그곳은 대정·안덕(사계리)사람들의 생활터전이다. 감자와 양배추, 무, 마늘의 집산지다. 서부지역 농촌경제의 중심축이다. 모슬봉 과 송악산 아래의 해안가 ‘알뜨르’는 천혜의 평야다.

다시 향리를 생각하니 착잡하다. 나의 졸시 알뜨르’(2016)를 꺼내본다.

‘일제 36년 땅을 잃고, 고향을 잃고 쫓겨난/알뜨르 사람들의 아픔이 올라오고/눈물이 올라온다/올라와 알뜨르를 껴안고 비로운다.’

일제(日帝)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땅 알뜨르에 온갖 고통을 던졌다. 넓은 농경지를 강제수용하고 주민들을 강제노역에 동원했다. 중국대륙을 공격하기 위한 후방기지로 비행장을 건설한 것이다. 1929년부터 부지조성에 착수한 비행장은 1931년에 착공해 1944까지 계속 확장했다. 비행장의 활주로는 1400m, 폭은 70m다. (자료마다 공사기간은 다르다)

주민들은 땅을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앞 바다에서 그 아픔이 올라와 알뜨르를 껴안고 비로 울었다. 오늘도 송악산 해안절벽(절울이)을 때리는 거친 파도 소리가 농민들의 가슴을 울린다. 오늘 내리는 비에도 울음이 내재돼 있을까 ?

일제는 알뜨르 일대를 요새화했으니 오름에 고사포진지, 지하벙커, 해안동굴진지, 탄약고, 격납고(경비행기 대피소), 해방 78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 잔영들이 고통과 치욕의 역사를 증거한다.

한국전쟁시기에 알뜨르에 중공군포로수용소를 두었다.(가건물에 연 2만여 명). 모슬포 육군제1훈련소에서는 50만 강병을 육성했다. 대정국민학교 시설을 이용해 공군사관후보생들을 단기교육했다. 모슬포는 곧 호국의 성지다.

일제강점기의 눈물, 국토수호의 간성을 육성한 최남단 대정읍 알뜨르!

환태평양평화공원재단은 세계 6번째로 알뜨르에 2010년 8월 ‘환태평양 평화소공원’을 조성했다.

평화의 섬 제주도의 중심에 알뜨르가 존재한다. 남제주군시대부터 송악산의 보존과 개발문제며 중국자본의 투자 제안 등 복잡한 일들을 기억한다.

알뜨르비행장 부지(농토) 사용문제와 함께 송악산 주변의 보존·개발은 제주도정의 현안이다.

이제 개척과 도전정신으로

‘알뜨르 송악산 평화대공원’을 조성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지역사회에서 발산되고 있다. 지난 3일 대정에서 발대식을 열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감사드린다.

출향인들의 친목단체인 재경대정향우회는 지난 8일 정기총회에서 “이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에 향우들의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앞으로 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개정되고 민자 및 국비, 지방비 등 소요재원 확보에 따라 전시관. 교육관 등 기본구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알뜨르~송악산~대정성지를 연계하는 관광일정, 고향 후배의 제안이다.

조선조 3읍시대의 대정현은 500여 년동안 학문과 예술을 숭상하는 기풍과 함께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대에 남겼다. 선비정신, 개척과 도전정신은 고난과 영욕의 세월을감내하면서 늘 평화를 염원해왔다. 알뜨르에 풍요와 평화가 함께 깃들기를 소망한다.

비 내리는 날 농장에서 감자를 파종하는 친지들에게도 내일의 행운을 빌면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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