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대회의 추억(追憶)’
‘합창대회의 추억(追憶)’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2.0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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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논설위원

1982년 중학교 교사로 3년을 재직하고 있었는데 2월 중순이 되면서 제주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출이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당시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혼자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었는데 평소 작곡가로 살고 싶은데 도무지 대학에서 배운 지식으로는 작곡 활동에 다분히 미진하다는 것을 알고는 1년 후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을 근무하고 시내 고등학교로 전출이 되었을 때이다. 전출이 된 학교 교장 선생님께 전입신고를 드리는 중에 교장 선생님께서는 몇 마디 말씀을 하시곤 음악 교사인 나에게 부탁을 하시는 것이었다. ‘이 학교에는 교악대가 있어서 그 지도는 물론 음악선생에게는 반드시 해 주셔야 할 일이 있는데 특별히 도교육청에서 해마다 시행하는 합창대회에 반드시 참가해 달라’는 것이었다. 

마침 현재 근무를 하고 있던 중학교에서도 그 대회를 2년째 참가를 하고 있었기에 그 행사에 대한 정보와 대회 규칙은 알고 있었다.

3월이 되어서 새로운 학교에서의 근무가 시작이 되었다. 교악대가 있어서 대원들과 합주 연습을 방과 후에 꾸준히 하였다. 도내에서는 5월이 되면 백호기 대회가 있는데 본교도 참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회에서 치를 학교의 응원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나는 음악교사로서 교악대를 지도하는 사명과 책임을 갖고 있었다. 내가 지도하는 교악대의 연주 실력은 학생들의 사기에도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러한 중에 교육청에서 공문이 날아왔다. ‘밝고 고운 노래 부르기 합창 대회’였다. 나는 공문이 도착한 다음 날 교직원 회의를 통해 합창단원 모집에 대한 간곡한 협조를 전 교사들에게 부탁을 드렸다. 합창단 단원을 신청한 학생이 120명이나 되었다. 이제 시간이 채 두 달이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120명을 한 자리에 집결하고 규칙을 말했다. 연습에 빠진 사람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단원에서 뺀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제 연습에 들어갔다. 열심히들 출석을 했고 연습에도 충실히 참가를 했다. 대회 날까지 80명이 남았다. 그 중에는 지체부자유자도 몇 명이 있었다. 모든 학생들은 무대에서 율동을 하면서 입장을 하도록 연습을 했다. 퇴장 시에도 다른 곡으로 율동을 바꿨다. 이 대회인 ‘밝고 고운 노래 부르기 합창대회’의 취지를 살려서 밝은 곡으로 대회를 준비를 했던 것이다. 

합창단을 인솔할 교사 한 분이 필요한데 아무도 같이 가려는 선생님이 없었다. 마침 동창 교사가 있어서(후에 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했음) 겨우 부탁을 하여 인솔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무대 입장을 하면서부터 율동을 하니 ‘남학생들이 율동이라니?’ 객석은 놀라움과 함성으로 가득했다. 박수갈채가 요란했다. 경연곡도 밝은 곡으로 선택했다. 

대회를 마치고 우리는 객석에 자리에 앉아서 입상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대회에 남자학교는 우리 학교뿐이었다. 모두 8개 고등학교에서 참가를 했는데 남자학교가 우리가 유일하다니?

입상자 학교를 발표하는데 우리가 대상을 받게 된 것이다. 객석에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모범 지도자상 발표가 있었는데 나를 지목하였다. 단상으로 올라가서 교육감에게 인사를 하고 상을 받고 내려왔다.

인솔을 맡은 동창 교사는 기뻐서 학교로 이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오늘은 내가 한턱 쏠 테니 모두가 식당으로 가자!’라면서 중국집으로 가서 학생들은 모두 즐거운 모습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튿날 나는 학교로 일찍 출근을 했다. 전체 회의가 없었는데 갑자기 교장 선생님이 소집을 했단다. 회의가 진행이 되었다. 교장 선생님께서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시고 단정하게 빗으신 것이 전날 약주를 하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계셨다. 말씀인즉슨 전날 퇴근을 하여 관사에서 쉬고 있는데 교육감님이 전화가 와서는 “X교장! 지금 뭐하는게요? 당신 학교 학생들이 합창제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어찌 교장이 행사에도 참가하지 않고”라고 했다는 것이다.

전화를 끊고 바로 교육감님과 만나서 새벽까지 약주를 했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우리 학교가 합창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면서 합창대회 대상 소식은 참으로 기쁜 일이고 하시는 것이었다.

세월이 지나 추억이 된 일, 벌써 50년 전의 일이다(나는 그 해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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